“중고가격이 새 장비 가격의 80%”…ASML 장비있는 이곳 가보니
8대 공정 장비·부품 매입해 판매 중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접…소부장 협력 강화
ASML 등 글로벌 반도체업체 입주…클러스터 조성
[용인=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ASML의 심자외선(DUV) 장비를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로부터 매입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TSMC와 중국 SMIC,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유수 기업과 사업을 지속하며 중고 반도체장비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찾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소재 서플러스글로벌 본사.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나자 큰 규모의 건물이 위용을 드러냈다.
건물 밖에서부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에 새겨진 ASML과 미국 KLA를 비롯한 유수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들 이름이었다.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8대 공정에 쓰이는 장비와 부품 유통을 주력으로 하면서 국내외 장비업체들 회사 입주도 운영하는 등 소재·부품·장비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 투어를 진행한 유상현 클러스터매니저는 “서플러스글로벌을 중심으로 이곳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른 장비 업체들도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더 많은 반도체 업체들과 비즈니스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최근 새로 지은 7만㎡(약 2만1000평) 건물 내에는 6만㎡ 항온·항습 장비 전시장과 1700㎡ 클린룸, 1600㎡ 데모룸, 복리후생 시설 등이 있다.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1층에 ASML의 클린룸이 바로 보였고 2층엔 ASML 트레이닝 센터와 오피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ASML 클린룸 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곳에서 장비 해체 등 트레이닝이 진행된다.
판매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ASML의 DUV 장비도 직접 볼 수 있었다. DUV 장비는 ASML의 구형모델로 꼽히지만 여전히 자동차·전화·컴퓨터·로봇 등에 널리 쓰이며 이를 필요로 하는 업체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첨단 반도체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EUV 장비에 이어 하이 NA EUV장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실제 업계에선 레거시(구형) 공정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필요로 하는 업체가 더욱 많다.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니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야를 넓히니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들여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추후 더 많은 소부장 업체들이 집결하며 메모리-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팹리스-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 밸류체인과 국내외 우수 인재를 집적한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선도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과 3㎞ 남짓 떨어진 거리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은 지근거리에서 다수 업체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매입하는 장비는 전체 50%에 상당한다. 지난 2000년 창립 이래 6만대 이상의 중고 장비를 4000여개사에 공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중고장비는 일반 중고장비랑 형성되는 가격에 차이가 있다”며 “예를 들어 중고차는 연식이 쌓이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반도체 장비는 수요자 입장에서 한두개가 고장 나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기에 상당한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는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업체들이 중국으로의 장비 판매를 우려하는 상황 속 장비 매입이 예전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플러스글로벌은 “장비 판매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등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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