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축제’로 끝난 1994 우승…LG는 역사에서 왕조 열쇠를 찾을까
1994년 프로야구 LG 우승 당시 현장 또는 프런트에 있었던 인사들의 그때 기억은 같은 듯 다른 것이 많다. 그런데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94년 우승 뒤 짧은 시간 안에 두어 번은 우승을 더 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생각과 현실의 간극이 큰 시간이었다. LG는 94년 이후 다시 우승을 하기까지 29년의 세월을 더 보냈다.
1994년 우승 뒤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5년 정규시즌 2위 뒤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발목을 잡혔고, 1997년과 1998년에는 각각 정규시즌 2위와 3위로 한국시리즈에 연이어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LG는 1994년 가을의 영광 이후에는 풀지 못한 황금기 연결 숙제에 다시 직면해 있다. 염경엽 LG 감독부터 구단 역사 왕조의 시작을 다짐하고 있다. 성패의 열쇠는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LG가 1994년 이후 더 달리지 못한 역사 안에 과제와 해법이 동시에 담겨있을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LG를 아는 한 프로야구 인사는 “프런트와 선수단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취해 있었다”며 “1994년 우승 뒤 그다음 해에도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의 모두가 당연시했다”고 말했다.
류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 신인 3총사를 선두로 무르익은 ‘신바람 야구’가 하나의 현상이 됐던 시간이다. LG는 세련된 야구로 성적을 내면서도 응원 문화를 비롯한 마케팅 측면에서도 리그 전체를 견인했다. LG가 하는 것이 곧 리그의 지향점이 되던 시절이다. 연예인 부럽지 않을 지명도의 스타들도 쏟아졌다. 미디어도 이들에게 집중했다.
해당 인사는 “소위 잘난 사람이 많던 때다. 그게 일종의 독이 됐다”고 기억했다. 아무래도 알게 모르게 절박함은 덜 보이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실제 LG는 94년 이후 몇년간 리그 상위권을 지켰지만 우승까지 가는 고비에서 매번 미끄러졌다. 해당 인사는 “선대 회장이 남기신 아오모리 소주로 깨 마셨으니 천천히 깨어나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승 단장’이 된 차명석 LG 단장은 94년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LG 전천후 불펜투수로 90년 중후반 전성기를 달렸다. 차 단장은 그 시절 아쉬움을 화합적인 측면에서 찾는다. 차 단장은 “팀이 단합하지는 못했다. 프런트와 선수 관계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이 같은 흐름은 밖으로도 간혹 드러나는 ‘연봉 협상’ 등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적인 ‘원팀’으로 가지 못했던 시간으로 보인다.
내년 LG는 또 한번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차 단장은 한국 시리즈 우승 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첫 우승은 전력으로 하지만, 다음 해 우승부터는 ‘철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학’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영역이다. 내년 시즌 또한 팀 전력에서는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힐 만한 LG의 왕조 열쇠가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이후 이른바 ‘왕조’ 시대를 달린 팀들은 황금기로 가는 힌트를 남기기도 했다. 2007년부터 KBO리그 최강 팀으로 몇 시즌을 달린 SK는 우승 여운을 서둘러 정리하고 빠르게 새 출발하는 패턴을 거듭했다. 김성근 당시 SK 감독이 “새 시즌은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식으로 ‘위기 신호’를 먼저 켠 가운데 시즌 준비도 굉장히 앞당겼다. 몇 년의 호성적에도 누구도 도취될 틈이 없는 팀이었다.
2011년 이후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한 삼성은 매시즌 축포를 쏘면서도 구단 내 불협화음이 거의 없었다.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의 인화력과 견고한 팀전력이 ‘롱런’의 힘을 만든 시간이었다. 삼성은 2015년 주요 선수의 해외 도박 사건이 터진 여파로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져 연속 우승이 좌절됐지만, 돌발 사건이 없었다면 조금 더 긴 황금기를 끌어갈 수 있었다.
LG를 거친 한 인사는 “우승팀이 나오면 업계 화제가 되는데 LG가 우승을 하니 일종의 사회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보면 1994년 우승 뒤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던 LG의 지난 시간과도 비슷하다. 그때의 LG는 우승 이듬해인 1995년이 가장 아쉬웠다. 또 한번의 우승 다음 시즌인 2024년이 굉장히 중요할 수 있는 이유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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