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 '제동'에...국내 기업, '규제 폭탄' 한숨 돌리나
정부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가칭, 이하 플랫폼법) 추진에 제동을 건 가장 큰 이유는 '이중규제'가 될 가능성이 커서다. 국내 기업들은 플랫폼법 제정에 제동이 걸리면서 일단은 한숨 돌리게 됐다.
17일 국가법령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는 '사업자의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동일한 사유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의 부과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방통위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공정위는 독과점 폐해 등을 막기 위해 플랫폼법을 별도로 만들어 기업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하지만 자칫 플랫폼법이 제정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과 플랫폼법에 의해 이중규제를 받게될 우려가 있어 대통령실에서 부처 간 조율에 나섰다.
플랫폼법은 온라인 유통시장에도 이중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컸다. 국내 e커머스 사업자들은 대부분 직매입 사업과 오픈마켓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 대규모 유통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서다.
규제 대상을 정하는 문제도 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LG생활건강의 치약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롯데는 최근 제과와 푸드를 합병해 빙과시장 시장점유율 1위(45%)로 올라선다.
통신분야에선 SK텔레콤(47.7%·가입자 수 기준), 유료방송에선 KT(35.5%)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인다. 국내 주요 식품 상장사들 가운데 대상의 조미료(미원) 시장점유율은 95%에 육박, 커피 믹스를 만드는 동서식품은 시장점유율 90%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도 상당수가 자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들 모두를 규제대상을 삼을 것이냐는 문제의식이다.
게다가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여부를 판단하면서 올리브영이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 업체와도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단을 유보했다. 유통시장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실을 사실상 인정한 판단이다.
이를 적용할 때 온라인쇼핑몰 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쿠팡(24.5%)과 네이버 쇼핑(23.3%), 지마켓(10.1%)도 600조원 규모의 온·오프 통합시장에서는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치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 560조원 규모의 미국 아마존보다 작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대부분의 기업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어떤 기준으로 지배적사업자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플랫폼법 제정이 국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힌 유럽연합(EU) DMA와 유사하다.
EU는 연 매출 75억유로(약 10조6000억원)·시가총액 750억유로(106조원), 월간 플랫폼 이용자 4500만명·3개국 이상 진출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한다. 검색시장에서 구글(시장점유율 90%)이, 온라인 구매시장에서 아마존(30%), SNS 시장의 페이스북(60%) 등이 사실상 규제 대상이다.
게이트키퍼 기업은 자사우대 금지, 이용사업자의 판매 자율권 허용 등 규제를 받고 이를 어기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DMA의 특별 규제 대상은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사로, 애플은 이에 반발해 지난 11월부터 EU에 소송을 추진중이다.
국내 온라인플랫폼 기업은 이에 비하면 '우물안 개구리' 수준에 불과하다. 카카오의 경우 메신저 시장 점유율 90%, 네이버의 경우 검색시장 점유율 66%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한정된다. 게다가 구글(국내 점유율 28.6%)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매서운 도전을 받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두나무, 쿠팡 등 IT기업집단으로 공시된 기업 7곳으로 넓혀봐도 지난 한해 합산 매출액은 55조3447억원에 불과하다. 미국 빅테크 5대 기업 매출의 2.9%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유통시장에서도 온라인으로 한정하면 쿠팡(24.5%)과 네이버 쇼핑(23.3%), G마켓(10.1%) 등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유통시장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그치게 된다. 게다가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로 크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장은 "EU의 상황을 우리나라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EU에서 DMA와 같은 법률을 밀고 나가는 이유는 그 적용 대상의 절대다수가 미국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고, 규제로 인한 EU 기업(자국기업)의 직접적 부담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출액이나 이용자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해 자사우대 금지 등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법은 이날 대통령실의 중재로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는 19일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토의 안건으로 올려 제정 절차에 돌입하려고 했으나 우선 부처간 조율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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