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글렌굴드’ 올라프손 “25년 꿈 결실”...골드베르크 변주곡

‘이 시대의 바흐 전문가’ 피아니스트

골드베르크 변주곡 레코딩 발매 기념

15일 예술의전당서 70여분 완곡 연주

“30개의 변주, 태양계 행성들 같아”

흑백의 논리성과 빨강의 즉흥성 선보여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독주회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아이슬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지난 25년간 품은 꿈의 결실입니다.”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 ‘이 시대의 바흐 전문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처음 들은 건 그의 나이 열네 살, 바로 글렌 굴드가 연주한 음반이었다. “열네 살짜리의 뇌가, 제 모든 감각이 폭발하는 듯했어요. 고도의 기술은 물론 시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 영적인 다양한 면모가 있었죠. 한 대의 피아노를 연주하지만 무대 위에서 여러 배우가 동시에 연기를 하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올라프손이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스튜디오 앨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내고 5년 만에 내한했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곡으로 연 독주회는 그의 표현대로 여러 명이 앞다퉈 이야기하듯 즉흥적이고 예측불허했다. 골드베르크 연주곡은 바흐가 1741년에 만든 곡이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변주곡이 이어지고, 다시 주제 아리아로 끝맺는 수미상관 구조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독주회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아이슬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그는 이 곡에 대해 “태양계와 비슷하다”며 “아리아를 중심에 두고 30개의 행성이 아리아 둘레를 공전하는 듯하다. 변주곡마다 각각의 독특함과 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고 꼽은 변주곡은 13번과 25번. 특히 공연장에서 올라프손은 25번 변주곡에서 비극적이고 애달픈 감정을 한껏 표출하며 총 70여분 연주의 클라이맥스로 만들었다. 30개의 변주 중 가장 길고 느린 만큼, 건반에 얼굴을 묻을 듯 몸을 웅크려가며 섬세한 소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가 바뀌는 다음 변주곡을 위해선 질주하듯 빠르고 강하게 건반을 치며 곡간 대비를 선명히 보여줬다.

올라프손이 보고 듣는 이 곡의 색채는 붉은색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색청, 즉 음계를 색채로 느끼는 공감각 능력을 보유해 음악을 다채롭게 느낀다. 갈색은 D장조, 빨간색은 G장조라는 식이다.

다만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가진 수학적으로 완벽히 짜여진 구조적 완결성은 ‘흑백’으로 표현했다. 앨범 표지와 속지의 자기 사진도 모두 흑백으로 실었다. “저는 이 곡을 최고의 건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흑백을 통해 바흐 음악의 단순함과 투명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제게 음반 표지는 담긴 음악 내용과도 연결돼 중요해요. 흑백 사진을 통해 시대를 분간할 수 없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바흐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올라프손은 이번 서울 공연을 포함해 12일 대구, 13일 고양, 16일 통영 등에서 국내 관객과 만났다. 2017년 ‘필립 글래스’, 2018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등 꾸준히 피아노 음반을 내고 누적 음원 스트리밍 수 2억60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 팬층을 보유한 아티스트 답게, 사인받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내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총 88회의 투어 공연을 이어간다. 그는 “바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이자 음악 교사”라며 “그렇기에 이 한 곡만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흐와 그의 곡이 가진 힘”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아이슬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