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거 앞둔 대만 흔들기 본격화

이우중 2023. 12. 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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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를 약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중국의 대만 흔들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만 유권자를 회유해 친중 당선자를 만 목적으로 저가 관광 등의 ‘당근’을 흔드는가 하면 경제보복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채찍’도 휘두를 태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P연합뉴스
15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제1야당 국민당의 샤리옌 부주석이 중국을 방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선거가 본격적으로 친중·반중의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이며 샤 부주석의 방중을 통해 양측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심이 각각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당은 샤 부주석의 중국 방문은 지난 10월부터 계획된 것으로, 중국 내 대만 기업인을 격려할 목적이라고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샤 부주석의 방중이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간 총통 선거 대책을 논의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샤 부주석은 올해 2월 중국을 찾아 왕후닝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쑹타오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을 만난 데 이어 6월과 8월에도 방중해 쑹 주임과 회동한 인물로, 중국의 ‘국민당 대만 집권 플랜’ 논의 창구로 불려 왔기 때문이다.
샤리옌 대만 국민당 부주석. 대만 연합보 캡처
중국 당국이 샤 부주석과 중국 내 대만 기업인 접촉을 통해 대만의 안보·경제 위기를 부각하면서 친중 성향 총통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걸 강조해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에 뒤지는 지지율을 뒤집겠다는 심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인터넷 매체 메이리다오 전자보가 지난 7∼8일과 11일 20세 이상 성인 12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민진당 라이칭더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35.1% 지지율로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샤오캉 부총통 후보(32.5%)에 근소하게 앞섰다.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오자 국민당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샤 부주석은 중국 내 대만 재계의 초청을 받아 청두, 난창, 중산, 샤먼, 충칭을 찾아 현지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며 중국의 대만 정책 당국인 대만사무판공실 인사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중국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논란으로 이어져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려는 걸 차단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민진당은 샤 부주석의 이번 방중이 중국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시도라며 반발했다. 민진당은 샤 부주석의 중국행이 재중국 대만 재계 방문에 불과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주리룬 국민당 주석이 기획한 비밀 방중이라며 목적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장즈하오 민진당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샤 부주석의 방중이 의문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대만 내에서 불신과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검찰은 중국이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 유권자를 회유할 목적으로 지방선거 선출직인 타이베이시 이장들에게 저가 중국 관광 혜택을 준 것으로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대만 검찰은 중국 산둥성 등지에서 진행된 6일 간의 무료 단체 관광에 참여했던 이장 1명을 구속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총통 선거 개입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사를 통해 중국 측이 저가 관광에 참여했던 이장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중국’과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중국과 대만의 합의) 인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선거 개입 사실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대만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제가 무역장벽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발표하고 경제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2023년 4월12일 대만 지역이 제정·실시한 대륙(중국) 제품 수입 금지 관련 조치에 대해 무역장벽 조사를 결정했다”며 “이제 본 조사가 종료됐고, 상무부는 대만 지역의 대륙 무역 제한 조치에 ‘대외무역장벽 조사규칙’ 제3조에 규정된 상황이 존재해 무역장벽에 해당한다고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중국방직물수출입상공회의소 등 중국 경제단체 3곳이 대만의 무역 제한 조치를 조사해달라고 신청한 뒤 상무부가 4월 조사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조사 신청인들은 농산물과 5대 광산·화공 제품(석유·금속광물·폐기물 연료·코크스·연탄), 방직품 등에 걸쳐 대만에서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2455종의 제품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상무부는 조사 기간에 항목이 조정돼 총 2509종을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당초 올해 10월12일까지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가 “사건 상황이 복잡하다”며 마감 시한을 대만 총통 선거일 하루 전인 내년 1월12일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대만은 중국 당국이 대선 직전까지 무역장벽 조사를 벌이려는 것이 선거 개입을 노린 경제적 압박 조치라고 비난해왔다. 경제적인 압력을 통해 집권 민진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꾀함으로써 대만 총통 선거를 중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만담당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날 상무부의 발표가 나온 직후 경제보복을 예고하는 입장을 내놨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주펑롄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조사 결과는 민진당 당국이 일방적으로 대량의 대륙 제품 수입을 제한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수입 금지 제품의 범위가 최근 수년 동안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 대변인은 “이번 조사의 사실은 분명하고, 증거가 확실·충분하며, 조사 결론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며 “민진당 당국이 대륙에 대해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관계 정상화·제도화·자유화 요구에 부합하지 않고, ECFA의 ‘관세·비관세 장벽의 점진적 축소·취소”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무역 제한은) 대륙의 관련 산업과 기업의 이익을 훼손했고, 대만 소비자의 이익에도 해를 끼쳤다”며 “우리는 관련 주관 부문이 대만 무역장벽 조사 최종 결론을 결합해 규정에 따른 상응한 조치를 연구·채택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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