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좌파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 90세로 별세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좌파 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90세.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라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네그리의 부인이자 프랑스 철학자인 주디스 레벨은 이날 남편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그는 끝까지 활동하고 입장을 견지하는 일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네그리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탈리아 급진 좌파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이탈리아 극좌 주도 민중봉기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베니토 무솔리니 파시즘 정권이 집권하던 1933년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독일 역사주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33세에 파도바 대학의 정치학 교수가 됐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사보타주(파괴행위)를 촉구하면서 여러 저서를 낸 것은 물론, 직접 시위를 조직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에 나섰다. 1960년대 ‘노동자의 힘’와 1970년대 마르크스주의 운동인 ‘노동자의 자율’(Autonomia Operaia)을 창립해 직접 이끌었다.
혁명 의식을 지닌 ‘전위 정당’이 민중을 깨우쳐 공산주의로 이끄는 레닌주의 이론에서 벗어나 민중의 자발성을 강조하는 ‘자율주의’ 혹은 ‘노동자주의’로 불린 새로운 변혁 이론을 정립했다.
네그리는 공산주의 무장 조직인 ‘붉은 여단’의 창립 멤버 중 한명이었으며, 1978년 5월에는 기독교민주당 소속이었던 알도 모로 총리를 납치·살해한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1979년 체포되기도 했다.
4년 넘게 이어진 재판을 받던 중 1983년 총선에서 이탈리아 급진당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그는 의원면책 특권을 활용해 출국해서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1984년 그에게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등 지식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프랑스에서 대학강사로 활동하다가 1997년 이탈리아로 귀국해 자수했다. 네그리는 2년간 복역 후 가석방·연금됐고, 2003년 최종 사면으로 출소한 뒤에는 사망할 때까지 프랑스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그리의 대표 저서로는 <제국>, <공통체>, <다중>, <선언> 등이 있다. 특히 마이클 하트와 함께 2000년에 쓴 책 <제국>에서 그는 맥도널드,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 유엔 등 초국적 기구가 형성하는 세계를 새로운 ‘제국’이라 불렀다.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 큰 반향을 얻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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