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최수종과 미스캐스팅 김동준? 그런 말 싹 사라졌다('고려거란전쟁')
[엔터미디어=정덕현] "항복하지 않을 것이오.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오. 난 이 개경을 지킬 것이오." 현종(김동준)은 항복을 해야 한다는 신하들과, 몽진을 한 후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는 강감찬(최수종)의 치열한 설전 속에서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선택한 건 개경을 지키는 것. 그건 사실상 죽음을 각오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백전백승을 했던 지채문(한재영)이 거란군에게 패했다는 소식에 도순검사 탁사정(조상기)이 서경을 버리고 도망치고, 지채문을 구하려 나섰던 대도수(이재구)까지 적에게 붙잡히자 서경은 함락될 위기에 처한다. 서경이 무너지면 황궁이 있는 개경이 위태롭게 되고 그래서 현종 또한 위험에 처하게 될 터였다. 그래서 신하들은 개경의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항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감찬은 몽진을 해서라도 계속 시간을 벌어 끝까지 항전해야 한다고 맞선다.
항복은 애초부터 현종이 거부하던 것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강감찬이 주장한대로 몽진을 가는 것이 맞는 일이었다. 그래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종은 차마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한다. 개경 백성들에게 자신을 믿고 끝까지 개경을 지켜달라 말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경을 버리고 남하하면 그 아랫지방들도 연달아 거란의 말발굽에 유린당할 처지가 될 터였다.
현종은 항복도 도망치지도 않겠다며 개경을 지킬 거라는 의지를 분명히 한 후, 신하들 각각에게 명을 내린다. 노신하인 유진(조희봉)에게는 죄수로 있는 장수들도 사면해 전장에 나가게 하라고 명하고, 장연우(이지훈)에게는 개경을 지켜낼 방도를 찾아내라 명한다. 또 강감찬에게는 백성들에게 자신과 함께 개경을 지키자는 조서를 쓰라 명한다. 처음 강조(이원종)의 반역에 의해 황위에 올랐을 때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카리스마다.
현종은 처음 황위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저 유약해보이는 청년에 불과했다. 강조의 위협 앞에 휘둘리는 그런 존재였던 것. 하지만 거란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 인물은 점점 성장해가며 자신의 위엄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강조에게 휘둘리던 그였지만 전장에 나가는 강조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강감찬의 든든한 지지와 독려를 받으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든 신하들이 항복을 권했을 때도 강감찬과 '거짓 항복'을 꾸미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결기는 결국 강감찬의 노련함이 더해졌을 때 힘을 발휘한다. 개경으로 거란군이 진격해 들어온다는 걸 알게 된 현종은 백성도 또 황후도 피난을 가라 명하고는 자신은 죽음으로 결기를 드러내려 한다. 하지만 강감찬이 읍소한 끝에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몽진을 선택하게 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서 훗날을 기약하며.
흥미로운 건 현종의 결기와 강감찬의 노련함이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마치 이 두 역할을 연기하는 김동준과 최수종의 시너지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초반 김동준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미스캐스팅' 이야기가 나왔고, 최수종 역시 옛 연기톤이 식상하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과 우려를 두 사람은 배역의 성장과 함께 보여주는 연기의 시너지로 넘어서고 있다. 연기에 있어서의 김동준의 결기와 최수종의 노련함이 엿보여서다.
작품은 때론 연기자를 성장시킨다. 그런데 그 연기자들 역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KBS 토일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의 김동준과 최수종은 각각 현종과 강감찬 역할을 맡아 연기하며 좋은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점점 거세지는 전쟁의 양상 속에서, 쉽지만은 않은 승전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두 사람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날 지점에서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당대에는 아집이니 고집으로 백성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끝내 훗날의 역사가 저들을 재평가하는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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