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사용 마약사범 40% C형간염 감염… 알고도 방치

정숙향·최광현·김지혜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14일 오후 경남 양산시에 있는 부산과학수사연구소 마약접수실에 탁자 위에 경찰이 증거물로 수집해 보낸 주사기들이 놓여있다. /최정석 기자

주사기를 사용한 마약 투약자 10명 중 4명꼴로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 대부분 치료도 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C형 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감염돼 간에 염증이 발생한다. 한번 감염되면 만성화해 간경변, 간암 등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17일 의학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최광현·김지혜 교수 연구팀이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국내 3개 병원에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C형간염 검사를 받은 마약 사용자 418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대한의학회지(JKMS)에 실렸다.

연구 결과 418명 중 주사기를 사용한 마약 투약자는 373명,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은 마약 투약자는 45명이었는데, C형 간염 바이러스 유병률은 주사용 마약 사용자가 39.7%(148명)로,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 6.7%(3명)보다 C형간염 유병률이 훨씬 높았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사용 마약 사용자 148명 중 90.5%는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6.8%에 그쳤다.

C형간염 유병률은 10∼29세 2.9%, 30∼39세 13.9%, 40∼49세 46.4%, 50∼59세 59.2%, 60세 이상 53.3% 등 연령에 따라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주사 횟수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국내 마약 사범이 최근 많이 증가한 가운데 주사용 마약 사용자의 C형간염 유병률이 39.7%에 달하고 대부분 치료되지 않고 있다”며 “이들 환자군에서 진단을 치료로 연계하고 C형간염을 박멸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전 국민의 약 1%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 C형간염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감염돼 간에 염증이 발생하는 일종의 전염병이다. A형간염, B형간염과 달리 아직 예방 백신이 없다. 다른 바이러스성 간염과 달리 급성간염을 앓고서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약 7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이 중 30~40%는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하므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증상은 피로감, 소화불량, 가려움증, 상복부 불쾌감, 황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증상이 없다. 혈액검사를 하면 간 효소(ALT, AST) 수치의 상승이 나타나지만 일부 환자는 정상 수치로 나올 수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간의 염증과 손상은 지속돼 20~30년 후에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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