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교정 바이러스로 바이러스 무력화, 가능성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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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면역시스템이나 약물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없다면 바이러스 자체를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은 어떨까.
이같은 방식은 말라리아나 지카바이러스 감염 매개체인 모기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전략으로도 활용됐다.
유전자 드라이브를 통해 바이러스 개체군을 치명적인 증상이 발현하지 않도록 전환하고 이를 새로운 치료법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약물이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지만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들은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신체 상당부분을 손상시키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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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면역시스템이나 약물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없다면 바이러스 자체를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은 어떨까. 과학자들이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유전자를 교정한 바이러스를 체내에 투입해 인체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의미의 ‘이이제이’ 전략이다.
이같은 방식은 말라리아나 지카바이러스 감염 매개체인 모기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전략으로도 활용됐다.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를 방사하면 야생의 암컷 모기와 짝짓기 한 뒤 태어난 모기가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죽게 되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특정 유전자를 변형시켜 개체군 전반에 확산하는 전략을 ‘유전자 드라이브’로 부른다.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프레드허친슨암센터 연구진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헤르페스바이러스1형(HSV1)’에 대해 유전자 드라이브로 감염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검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처하는 데 의미있는 성과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유전자를 교정한 HSV1 바이러스와 그렇지 않은 바이러스를 쥐에 투여한 결과 유전자 교정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은 바이러스의 최대 90%를 전환시켰다. 고통스러운 염증을 유발하는 HSV1 감염을 억제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유전자 드라이브가 이뤄진 것이다. 또다른 그룹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내에서 HSV1 유전자 드라이브도 성공시켰다.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를 활용한 유전자 드라이브 전략은 실제 실험에서 성공한 적 있지만 유사한 전략을 바이러스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떤 종류의 유전자 교정이 이뤄져야 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유전자 드라이브를 통해 바이러스 개체군을 치명적인 증상이 발현하지 않도록 전환하고 이를 새로운 치료법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전자 드라이브 전략은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자손에게 유전자를 전파할 확률이 50%보다 훨씬 높은 유전자 변형 암컷 또는 수컷을 만들어 개체군에 확산시켰다. 대다수 실험은 자손을 죽이게 하거나 불임 상태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유전자 드라이브는 종 전체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점,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한계로 제기됐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세포에게 유전자를 해석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생성하도록 명령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복제해 증식한다. HSV 바이러스는 약간 다르다. 세포핵 내부의 유전적 서열을 무작위로 교환하는 ‘재조합’ 과정을 거친다. 재조합은 새로운 유전체를 확산하는 바이러스 자손으로 이어진다. 전체 바이러스 집단을 비활성화하고 무력화하는 유전적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 드라이브 전략이 가능한 것이다.
HSV1, HSV2, 인간 거대세포바이러스 등은 평생 잠복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드라이브 전략을 적용하는 데 매력적인 후보다. 일부 약물이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지만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들은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신체 상당부분을 손상시키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에이즈 환자나 장기, 골수 이식 환자들에게 특히 문제가 된다.
과학자들은 비록 쥐 실험에서 가능성을 엿봤지만 헤르페스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드라이브가 인간을 대상으로 적용될 준비가 아직 되어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 드라이브 전략이 HSV1 감염과 재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는지 향후 동물 실험 모델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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