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에서 꼭 뛰어보고 싶었다"...2차례 방출→롯데행 34세 좌완, 12년 만에 '고향팀 로망' 이뤘다
[OSEN=조형래 기자] “솔직히 롯데가 아니었으면 고민했을 것 같다”
롯데는 17일, 투수 찰리 반즈와 135만 달러 재계약을 했고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와 95만 달러에 영입을 확정 지었다. 지난달 16일 애런 윌커슨과 재계약에 성공한 뒤 한 달 만에 외국인 선수 3명 구성을 완료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보도자료 마지막 문단에 좌완 투수 임준섭(34)의 영입도 발표했다. 지난 2012년 KIA 타이거즈의 전체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임준섭은 프로 통산 200경기 368⅓이닝 12승26패 10홀드 평균자책점 5.6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KIA에 입단한 뒤 2015년 7명이 오가는 4대3 트레이드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22시즌까지 활약한 뒤 방출 통보를 받았고 SSG 랜더스의 테스트를 거쳐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올해 SSG에서는 41경기 2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5.79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SSG의 방출 통보를 받았다. 롯데는 임준섭에게 손을 내밀었고 “임준섭의 마운드 운영 경헙과 안정적인 제구 등 좌완 투수로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라며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보도자료 발표 직후 연락이 닿은 임준섭은 “개인적으로 롯데와 계약하게 돼서 너무 좋다. 고향팀 롯데에서 꼭 한 번 뛰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저를 찾아주셔서 너무 고맙다”라고 설명했다. 임준섭은 부산 대연초등학교를 나와서 부산중-개성고를 나왔고 대학까지 부산 소재의 경성대를 나왔다. 프로 입단 전까지 아마추어 커리어를 부산에서 이어온 ‘부산 토박이’였다. 프로 입단 이후 12년 만에 고향팀에서 뛰게 됐다.
사실 SSG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직후 롯데가 머지 않아 연락을 취했다. 발표가 늦게 난 것 뿐이다. 임준섭은 롯데였기에 고민 없이 수락했다. 임준섭은 “방출 통보를 받고 일주일 내로 연락이 왔다. 다행히 바로 팀을 찾을 수 있었다. 기회를 주셔서 그냥 너무 좋고 감사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화, 올해 SSG에서 2년 연속 방출이 됐다. 임준섭으로서는 이제 커리어의 기로에 서 있었던 상황. 하지만 고향팀 롯데였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야구를 그만두는 상황이 오더라도 부산으로 내려와서 정착을 하려고 했던 찰나에 롯데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롯데가 아닌 다른 구단에서 제안이 왔으면 고민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꼭 가고 싶었던 롯데였기에 그만두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임준섭은 올해 다시 한 번 방출생 신화를 쓰는 듯 했다. 올해 6월까지 23경기(22이닝) 3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쏠쏠하게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모처럼의 풀타임 시즌이었기에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부침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는 “올해 정말 오랜만에 풀타임 시즌을 치러봤다. 오랜만에 뛰다 보니까 초반에 괜찮았던 것을 유지하지 못한 게 아쉽다”라면서 “후반기에는 나는 괜찮다고 느꼈는데 ‘힘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가 자신을 영입한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다. 롯데는 임준섭 이전에도 통산 152홀드를 기록 중인 베테랑 좌완 투수 진해수(37)를 LG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그는 “롯데는 항상 좌투수들이 좀 없지 않았나”라고 웃으면서 “제 역할은 좌타자가 나올 때 제가 올라가서 승부를 잘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해수를 비롯해 고교 후배인 심재민과 최영환, 그리고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오선진, SSG에서 올해 함께했던 최항 등과 다시 재회를 하게 됐다. 임준섭은 이들과의 대화에서 공공연히, 롯데 유니폼에 대한 로망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롯데에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는데 주위에서 ‘형 말대로 됐다’라고 말하더라”라고 귀띔했다.
고향팀이었기에 선택한 현역 연장이었다. 당연히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는 “이제 선수 생활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운 좋게 또 고향팀까지 왔으니까 오랫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싶다. 후회없이 매년 집중해서 잘하고 싶다”라면서 “어릴 때부터 다녔던 사직구장에서 뛸 수 있다는 게 너무 감회가 새롭고 팬 분들에게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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