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김기현 옹호한 초선들 부메랑 맞을까…비대위 전환에 '침묵'
'나경원 연판장' 후 또다시…"초선이 권력 줄서기에만 급급"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던 중진들에게 '자살특공대' '진짜 X맨' 등의 발언을 했던 초선 의원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김 전 대표의 호위무사로 나서며 '제2의 나경원 연판장' 사태를 벌이려다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신선한 목소리를 내야 할 초선들이 권력에 줄 서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쇄신 대상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여권에선 김 전 대표를 옹호하며 중진 의원들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초선 의원들도 '물갈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10여명은 지난 11일 김 대표가 책임론에 휩싸이자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김 대표를 감싸는 글을 올리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김 대표 책임론을 제기한 5선의 서병수 의원, 3선의 하태경 의원 등을 겨냥해 '자살특공대' 'X맨' '온돌방 중진'이란 표현을 썼다.
해당 초선 의원들은 박성민(울산 중구), 최춘식(경기 포천·가평), 강민국(경남 진주을), 전봉민(부산 수영구), 태영호(서울 강남구갑)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SNS에 공개적으로 글을 게시하며 중진 의원들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최춘식 의원은 "자살 특공대, 불난 집에 부채질, 끊임없는 지도부 흔들기. 요즘 국민의힘을 향해 쏟아지는 포화"라고 했고, 강민국 의원은 "내부총질'만 혁신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비대위를 꾸린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태영호 의원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누군가의 결단이 아니라 모두의 단결"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김 전 대표 옹호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올해 초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대표 출마 의지를 드러낸 나경원 전 의원을 축출하기 위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
당시 초선 의원 50명은 나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
당내에선 전체 국민의힘 의원 111명의 절반을 넘는 초선 의원들이 구태 타파를 위한 목소리를 내진 못할지언정, 매번 권력 눈치보기를 위해서만 단체 행동을 해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총 59명이고, 이들 중 지역구 의원은 40명,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의원은 28명에 달한다. 사실상 공천만 되면 당선이 확실한 이들이 이번에도 공천을 위해서 권력에 줄을 섰단 지적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렇게 지도부의 눈치를 보는 초선은 처음 봤다"며 "물론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는 건 다 똑같지만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건강한 정당인데, 쓴소리를 낸 중진들을 '조리돌림'까지 하는 건 말도 안된다. 비주류가 한마디했다고 융단 폭격 하는 건 홍위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전 대표가 사퇴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구 출마와 대표직 유지 사이에서 결정의 시간이 길어지는 김 전 대표에게 격노했단 보도가 나오자 이들 초선 의원들은 침묵 상태로 돌입했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읽고 김 전 대표를 옹호하다 기댈 곳 없는 처지가 됐단 분석이 제기된다.
내년 총선에서 이들 초선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이 될거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비대위원장 후보로 언급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모두 기존 친윤이 아니라 새로운 측근들을 중심으로 공천 판을 짤 거란 것이다. 김 전 대표에 의지해온 초선 의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김 전 대표를 위해 중진들을 공격한 초선 의원들 대부분이 지난 나경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다. 이들이 그대로 물갈이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나경원 연판장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힘 있는 쪽이 힘 없는 소수의 목소리에 대해서 이 정도로 원색적 비난을 쏘아붙인 건 '집단린치'고 폭력이었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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