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안 가면 전출 보낸다"…여성은 성희롱까지 '이중고'
송년회 시즌이 돌아오면서 회식 갑질로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물론, 반대로 따돌리며 빠지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여성은 원치 않는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까지 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9일부터 15일까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갑질 감수성 지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는 지난해 73.6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떨어졌다.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 두잔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 역시 2022년 80.6점에서 2023년 73.3점으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회식 자리를 갖고 술을 강제하고 있었다.
올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메일 1천703건 중 회식과 관련한 내용은 총 48건이었다. 이중 회식 강요는 30건(62.5%)이었고, 회식 배제는 18건(37.5%)이었다.
회식을 강요하는 주체는 모두 사업주, 상급자, 연차가 높은 직장 동료 등이었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회식 참여를 강요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상급자들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을 강요했다.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협박'도 동반됐다.
술자리에 많이 참여할수록 적극적인 직원으로 평가한다거나, 회식 불참 사유를 적어 내부 결제를 받으라고 지시하는 회사도 있었다. 심지어 "정해진 근로시간에 퇴근을 해서 회식도 못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을 사용자로부터 들었다는 노동자도 있었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 회식 강요와 함께 성희롱이라는 이중고도 겪고 있었다. 상급자가 여성 직원에게 단둘이 2차 혹은 3차를 가자고 강요하거나 특정 여성 직원을 지목해 저녁 술자리를 강요하는 등의 사례가 많았다. 회식 참석 후에는 우려대로 외모 평가를 당하거나 음담패설에 노출되는 일이 잦았다.
뿐만 아니라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해 고통을 받았다거나 회식을 강요하면서 회식비를 내도록 하는 등의 갑질 유형도 있었다. 특히 회식에 불참하고 회식비를 내지 않은 점을 꼬투리 잡아 타 부서 전출 협박까지 하는 회사도 있었다.
반대로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되기도 했다. 다수의 동료가 따돌림을 가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따돌림을 겪으면서 회식 배체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 이상운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도 이미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 술과 저녁 회식을 당연시 하는 낡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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