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아무말 안하던데"…2.6조 채권 착오 매입한 자영업자, 책임은?

자영업자가 사지 않아도 될 국민주택채권을 2조6000억원 어치 '착오' 매입한 가운데 채권 매입을 중개한 금융회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은행, 새마을금고 등 영업점 창구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동시에 채권을 매수·매도했다. 2019년 이후 법 개정으로 매입 면제 대상이 됐지만 이 같은 사실을 자영업자 스스로 알긴 쉽지 않다. 중개수수료를 받는 금융회사가 적극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 의무가 없어 제재를 하지는 못한다.

금융감독원은 18일부터 자영업자, 중소기업 72만3000명(곳)에 국민주택채권 매입 비용 1796억원을 환급한다고 17일 밝혔다. 자영업자 1인당 약 25만원이 환급될 예정이다.

국민주택기금법 개정에 따라 2019년 6월 이후 자영업자가 본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사업자금용 대출을 받으면 저당권 설정을 하는 경우 채권을 매입할 의무가 없다. 규모가 큰 중소기업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아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이런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

이들이 착오로 매입한 국민주택채권은 지난 5년간 2조6000억원에 달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가운데 85%는 채권을 매입하지 않았지만 15%는 착오 매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업권도 약 10~20%의 고객이 채권을 착오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고객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채권을 매입하지 않은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금융회사 직원이나 법무사의 안내를 받았다. 이들은 채권매입면제 신청서를 작성해 금융회사 직원의 확인을 받은 뒤 법원에 제출했다. 반면 착오로 매입한 자영업자의 경우 이같은 안내를 받지 못했다. 일반 차주들처럼 금융회사 창구에서 채권을 매수·매도하고 매입영수증을 받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국민주택채권 매입은 자영업자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금융회사 창구에서 이뤄지는 만큼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적극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회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위탁을 받아 채권 거래를 중개하면서 고객으로부터 건당 약 2만~3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추가로 HUG에서 건당 3400원의 위탁 수수료도 받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만 "금소법상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매입면제 대상인지 여부를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이번 착오매입으로 인해 금융회사에 별도의 책임을 묻거나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회사들은 도의적인 책임에 따라 지난 5년간의 경과이자를 금융회사 재원으로 고객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매입할인비용은 국민주택기금에서 부담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재발방지를 위해 내부절차 개선을 완료했다. 상품설명서와 여신관련 내규 개정을 통해 고객 설명의무를 강화했다. 자영업자가 대출을 받을 때는 금융회사 직원이 채권매입 면제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시스템도 개선했다 .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