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9개 증권사, 수조원대 ‘채권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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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법인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의 위법적인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이하 랩·신탁) 운용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이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수천억원씩 전가하는 위법적 영업 관행을 벌여온 것이다.
실제 B증권사는 지난해 11~12월 중 특정 고객이 타 증권사에 가입한 랩·신탁 CP 등을 고가 매수해주는 방식으로 총 1100억 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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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거래로 특정고객 수익 보전
고유 자금으로 손실CP 고가 매입도
당국, 30여명에 ‘업무상 배임’ 통보
대형 법인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의 위법적인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이하 랩·신탁) 운용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이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수천억원씩 전가하는 위법적 영업 관행을 벌여온 것이다.
금융당국은 비정상적 거래를 통해 고객간 손해를 전가한 KB·유진·미래에셋·NH·하나·한국투자증권 등 9개 증권사 30여 명의 운용역들을 업무상 배임으로 수사 기관에 통보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채권형 랩·신탁 잠정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채권형 랩·신탁이란 증권사가 고객과 1대 1 계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 금융상품으로 법인 고객의 단기자금 운용 수단으로 대거 활용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장단기 자금 운용 불일치로 환매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가 하면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의 투자 손실을 회사 고유자산으로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올 5월부터 9개 증권사의 랩·신탁 업무 실태에 대한 집중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대다수 증권사들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의 투자 손실을 제3자에게 전가하거나 증권사 고유자산을 이용해 제시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등 위법한 운용을 일삼고도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A증권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6000회가 넘는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고객 계좌 기업어음(CP)를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 매도해 5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간 전가했다. 증권사별 손실 전가액은 최소 수백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 수준이다.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 결정 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해 이익을 보전해주기도 했다. 실제 B증권사는 지난해 11~12월 중 특정 고객이 타 증권사에 가입한 랩·신탁 CP 등을 고가 매수해주는 방식으로 총 1100억 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했다. 온갖 위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우량 법인 고객을 잡아두려는 증권사들의 과도한 경쟁이 낳은 결과다.
이와 함께 랩 계좌에 편입된 자산의 잔존 만기와 신용등급 등을 위반해 임의로 운용하거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같은 투자자의 서로 다른 랩 계좌간 위법적 자전거래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는 특정 고객자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고유자금으로 펀드를 설정하고 특정 채권이나 CP를 고가 매수토록 요청하는 등 펀드 운용에까지 관여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상적 가격 거래를 통해 고객에 손해를 전가한 9개 증권사 30여 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즉시 수사당국에 이첩할 방침이다. 아울러 운용상 위법 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를 통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회사에 따라서는 대표이사가 감독 소홀이나 의사결정 주도 등의 이유로 행정 처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편입자산의 만기 불일치 및 시장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거래가격 등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랩·신탁을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판매하고 환매시 원금과 수익률을 보장하는 잘못된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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