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일본에 저자세? 할 말은 당당하고 떳떳하게…대일 굴종 외교는 스스로 비하하는 표현"

박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7일 윤석열 정부의 대일본 외교와 관련해 "일본에 할 말은 당당히 하고 떳떳하게 우리 입장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대일 굴종 외교'라고 비판하는 것에는 "스스로를 비하하는 표현"이라며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2차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한 것에 반발하며 한국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본에 외교적으로 우리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를 존중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지속하자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을 분명히 얘기하고 있다"고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올해 초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으로 '제3자 변제방식'을 제시하고 한일관계가 개선된 것을 높이평가하면서 "나머지 물컵 반에 물이 계속 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박 장관은 당시 해법을 발표하면서 한국이 지나치게 일본 정부를 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우리가 먼저 물컵 절반을 채웠고 나머지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비롯해 경제·통상 등의 분야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고, 지난 5월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등 진정성 있는 관계 개선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한미일 결속이 북중러 밀착을 종용해 동북아 신냉전 구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에는 "한미일이 결속하는 건 공통 가치에 입각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협력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소외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양국 관계가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 입장에선 한-러 간에 상호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중국도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도 러시아와 북한간 밀착 관계에 나름대로 불편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중국이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는 입장을 계속 중국에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에는 "여러 다자정상회의 계기에 두 분이 만날 기회가 있고 외교라는 건 상호주의적이기에 그간 우리 대통령들이 중국을 여러 번 방문했으니 이젠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복원과 관련해 중국 측이 '조건'을 제시했다는 관측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저한테 무슨 조건을 얘기한 건 없다"며 "다만 정상회의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자고 얘기했고 충분히 공감한다"고 부인했다. 지난 2019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개최 순서 상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을 차례다.

박 장관은 이와 함께 시 주석의 방한이 무산될 경우 윤 대통령이 방중할 수 있다는 추측에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