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초강세'에 입지 좁아진 문과지망 중3들, 외고로 몰린다
국제고 평균 경쟁률 최근 4년來 최고
'학생 70% 이과' 일반고 대신 외고로
“작년 ‘황금돼지띠(2007년생)’ 중3에 비해 올해 중3 학생이 꽤 줄어서 경쟁률이 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네요.”(서울의 한 중3 학부모)
대학입시에서 이과 수험생 ‘초강세’가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문과생들이 지원하는 외국어·국제고 인기가 상승세다. 어문 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문과 ‘비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정시 모집에서 이과생들의 ‘문과침공’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는데, 오히려 이들 학교에 대한 지원은 늘고 있는 것이다. 입시 업계에서는 이과생이 늘고, 문과생은 줄어드는 분위기가 일반 고등학교까지 퍼지면서 상위 내신 등급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외국어·국제고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고까지 확산된 이과 일변도의 학교 분위기가 예비 문과 고교생의 입학 지형도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1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전국 28개 외고 중 경남외고와 김해외고를 제외한 26개교의 입학 경쟁률이 발표됐는데,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떨어진 학교는 6개교에 불과하다. 26개교 전체 평균 경쟁률은 1.32대 1로 최근 4년 중 가장 높다. 2023학년도는 1.12대 1, 2022학년도 0.99대 1, 2021학년도 1.05대 1이었다. 아직 2개교의 발표가 남아있지만 2021학년도에는 전국에서 단 1곳만 경쟁률이 상승하고 2022학년도에는 외고 사상 첫 미달(전체 평균)까지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국제고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8개 국제고 2024학년도 평균 경쟁률은 1.88대 1로 △2023학년도 1.77대 1 △2022학년도 1.43대 1 △2021학년도 1.39대 1을 포함해 4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고·국제고 입시를 준비한 학부모들은 치열해진 입학 경쟁에 당황한 분위기다. 지난해의 경우 당시 중3이 2007년 황금돼지띠 학생들로 다른 해보다 숫자가 많았던 점이 경쟁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경쟁률 역시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기 반등에는 지난 2019년 교육부가 발표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 폐지 정책이 현 정부에서 백지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치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완료했다.
당초 교육계에서는 정책이 전환되더라도 자사고와 달리 외고·국제고의 인기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주로 이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사고는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이과생들이 유리해진 입시 지형에서 빛을 발하고 있지만, 문과생이 진학하는 외고·국제고의 경우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로 상징되는 인문계열 비선호 현상이 심화한 데다 대입에서도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입시 업계는 이과 초강세가 오히려 외고·국제고의 선호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근에는 일반고도 전체 10개 반 중 7~8개 반을 이과반으로 운영하는 학교들이 많아졌다”며 “문과를 희망하는 상위권 중3 입장에서는 일반고로 진학해봤자 학생 수가 적어 내신 상대평가에서 유리하지도 않고 문과반에 대한 학교 관심도 덜하니 차라리 외고·국제고로 진학하자는 심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치러지는 2025년 대입부터 주요 대학들이 사회탐구 영역을 치른 문과생들의 이공계 지원도 허용토록 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146개 대학에서 확률과통계, 사회탐구를 응시한 문과생도 이공계, 의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응시 전형을 바꿨다고 밝혔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상위권 문과생들도 수능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한 미적분을 공부하기 시작한 데다, 앞으로는 과학탐구를 응시하지 않아도 의대나 이공계에 진학할 수 있게 됐다”며 “상위권 문과생의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것으로 외고·국제고 인기는 앞으로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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