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 ‘의대 증원 찬성’…86% ‘의사단체 파업 지지 안 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대응해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국민 대다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7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및 의사단체 집단행동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가 지난 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6명(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3.4%는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고, 89.3%는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7%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 것과 비교해 보면 한 달 만에 ‘찬성’ 응답이 6.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1000명 이상”이라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7.4%였다. “2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28.7%나 됐다. “100~1000명”이라는 답변은 32.7%였다.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6.0%였다.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총파업(집단진료 거부)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연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의협은 집회 이후 대한문 앞에서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한 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단체 입장을 재차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6%는 “의협이 진료거부 또는 집단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71.9%는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의협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노조는 또 지난 6~14일 이 노조 소속인 113개 의료기관 구성원을 대상으로 현장의 의사인력 부족 상황을 묻는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응답자의 88.1%가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했고, 95.0%는 “야간과 주말 당직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4명 중 3명(75.2%)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타병원으로 전원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응급실을 닫거나 제한 운영한 적 있다”고 한 경우도 37.6%에 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 정원 확대와 양성 지원, 지역의사제 시행, 공공의대 설립, 필수·지역·공공의료 지원 강화, 의료체계 개선(개원요건 강화·병상총량제 실시·비급여 진료 통제와 적정수가체계 마련·실손보험 전면 개편 등) 등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노조는 또한 의협 측에 “국민 요구를 수용해 집단진료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규모를 어느 정도로 확대해야 하는지, 어떤 패키지 정책이 필요한지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노조와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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