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욕만 채우는 독재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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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분명히 독재자이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인도적 위기를 만들어낸 침략자다. 하지만 모든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전쟁을 감수하는 것은 아니다. 푸틴이 단순히 자신의 계좌 잔고를 두둑하게 불리고 호화 요트와 지중해의 별장에 만족하는 일반적인 독재자였다면, 그는 오히려 서방과 매우 친밀한 우호관계를 추구하고자 했을 것이다."
두 권의 인상적인 전작들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신예 사회과학 작가로 자리매김한 임명묵 작가가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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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철 북 칼럼니스트)
"푸틴은 분명히 독재자이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인도적 위기를 만들어낸 침략자다. 하지만 모든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전쟁을 감수하는 것은 아니다. 푸틴이 단순히 자신의 계좌 잔고를 두둑하게 불리고 호화 요트와 지중해의 별장에 만족하는 일반적인 독재자였다면, 그는 오히려 서방과 매우 친밀한 우호관계를 추구하고자 했을 것이다."
두 권의 인상적인 전작들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신예 사회과학 작가로 자리매김한 임명묵 작가가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 하는가》를 펴냈다. 서아시아 지역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역사, 국제정치, 대중문화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갖고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그는, 천 년에 걸쳐 독특한 정체성을 조형해온 러시아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오늘날의 러시아를 이해하는 데 성큼 다가선다. 몽골의 피지배 시기부터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소비에트연방의 형성과 뼈아픈 해체, 그리고 러시아의 재건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시선으로 러시아의 역사를 살펴본다.
"'역사의 종언이 끝났다'는 말은 곧 지구적 보편 체제이자 이념으로서 자유민주주의의 패권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욱 크게는 계몽주의라는 표준도 도전을 받게 됐음을 뜻한다. 그러니, 푸틴의 전쟁으로 정말로 역사의 종언이 끝났다는 말은, 단순히 역사책에서나 보던 사건들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로 국한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자유민주주의가 이제 폐기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는 다시 한번 다른 이념들과의 경쟁, 그리고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음을 의미한다."
임 작가는 푸틴 정부의 배경에 자리한 신유라시아주의가 무엇인지 상세하게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일세를 풍미한 자유주의가 쇠퇴하고 있음을 밝히고, 또다시 문명, 전통 혹은 종교의 이름 아래 새로운 역사가 전 지구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통찰한다. 임 작가가 통찰한 신전통주의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인도의 힌두트바, 터키의 신오스만주의 등이다. 임 작가는 이러한 지구적인 신전통주의 조류와 러시아의 신유라시아주의를 서로 얽어가면서, 각각의 현상들에 대해 설명을 보탠다.
"신유라시아주의는 정부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계하지는 않지만, 이른바 세계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외부자들이 볼 때는 마치 '러시아가 다른 세계와 절연하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무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신유라시아주의 관점에서 볼 때 정연하고 당연한 수순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다."
임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도 고민한다. 이를테면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소위 '안미경중론'의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안미경중'은 역사가 사라졌던 탈냉전 시대에 한국이 누렸던 우호적인 대외 환경을 상징하는 단어다. 임 작가는 이 단어가 점차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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