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가 꼽은 유망 투자처, 주식·금 비중 커지고 부동산은 감소
한국 부자들은 주식과 금을 중장기 유망 투자 대상으로 꼽고, 부동산 투자 전망은 1년 전보다 부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대내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 상승으로 부자들의 금융자산 규모는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17일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이 각각 10억원 이상인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정량조사(개별면접조사)와 정성조사(개별심층인터뷰)를 실시했다.
응답자는 향후 3년 동안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로 주식(44.0%), 주택(거주용 44.3%-비거주용 32.3%), 금·보석(32.0%)을 꼽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주식과 금·보석 응답률은 각각 13%포인트와 5.2%포인트 높아졌다.
주택 중 거주용은 전년보다 4.8%포인트 증가했지만 비거주용은 10.7%포인트 감소했다. 빌딩·상가 응답률도 지난해 38.0%에서 25.0%로 13.0%포인트 줄었다.
보고서는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등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게 변하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는 부동산보다는 안정적인 금·보석과 개별 종목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자들이 예상하는 1년 이내에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도 주식(47.8%), 거주용 주택(46.5%), 금·보석(31.8%), 비거주용 주택(31.0%) 순이었다.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만6000명, 전체 인구의 0.89%로 추정됐다. 2021년 말(42만4000명)보다 7.5%(3만2000명) 늘고, 비중도 0.07%포인트 커졌다.
그러나 이들이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올해 2747조원으로 지난해(2883조원)보다 4.7% 감소하며 4년 만에 역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확대로 주식 가격이 급등했다가 금리 인상으로 하락하고, 채권 가치도 급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부자의 총부동산자산은 올해 2543조원으로 지난해(2361조원)보다 7.7%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10%대를 기록한 2021년과 2022년보다 낮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산 구성은 금융자산이 37.9%, 부동산자산이 56.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의 금융자산 비중은 일반 가구의 2.4배 수준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에 부자 10명 중 7명(70.6%)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 서초, 종로, 용산구의 부 집중도가 높았고 성동구가 처음으로 부 집중도 지수 1.0%를 초과했다. 부 집중도는 지역별로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비중을 부자 수 비중으로 나눈 값으로 1 이상이면 고자산가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부자들이 현재의 자산을 축적하는 데 기여도가 가장 큰 원천은 사업소득(31.0%)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11.3%)보다 약 3배 많았다. 이어 부동산 투자(24.5%), 상속·증여(20.0%), 금융투자(13.3%) 순이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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