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 45만명.."부동산 보다 예적금 늘렸다"

김도엽 기자 2023. 12. 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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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2023 한국 부자 보고서'


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가 1년새 3만2000여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들은 올해 부동산 보다는 예적금 보유 비중을 늘려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KB금융그룹은 한국 부자의 현황과 자산운용 방법 등을 분석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과 거주용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자산 10억원 이상 총 20억원 이상 자산가 400명을 대상으로 개별면접조사를 벌인 결과다.

2022년 42만4000명이던 한국의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수는 올해 45만6000명으로 1년 새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0.07%포인트(p) 상승한 0.89%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 대비 올해 부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서울로 1만6000명이 증가했고, 뒤이어 △경기(6700명) △대전(1200명) △경북(1200명) △인천(1100명) 등에서 부자가 1000명 이상 늘었다. 서울 내에서는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에 서울 부자 중 45.0%(전년 대비 0.3%p 감소)가 집중됐다.

한국 부자는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예적금 보유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의 올해 '예적금' 보유율은 94.3%로 전년 대비 9.8%p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거주용 외 주택' 보유율의 경우 전년 대비 1.0%p 하락함으로써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직된 주택시장 분위기를 보여줬다.

부자들의 금융자산 수익 경험은 늘고, 부동산자산 수익은 줄어들었다. 5명 중에 1명(20.3%)은 금융자산 투자로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반대로 2022년 42.5%에 달하던 거주용 부동산 자산으로 수익을 낸 부자 비중은 오해 18.5%로 절반 이상 줄었고, 같은 기간 투자용 부동산 자산으로 이익을 거둔 부자도 34%에서 17.5%로 반토막났다.

올해 주식시장이 전년 대비 상승한 반면 주택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부동산투자의 매력도가 감소해 부동산투자의 수익 경험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의 총자산 포트폴리오에서도 부동산자산 비중이 소폭 감소했다. 부동산자산은 56.2%로 2022년(56.5%) 대비 0.3%p, 2021년(59%) 대비 2.8%p 줄었다. 부동산 가격이 절정에 치닫은 후 내려오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이 다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자산 비중은 2021년 36.6%, 2022년 38.5%, 올해 37.9%로 집계됐다.

부자들은 내년도 금융자산 운용 계획으로 예적금과 주식 투자를 늘리겠다는 대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부자들 가운데 4명 중 1명(24%)은 예적금을, 5명 중 1명(21%)은 주식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채권(5.8%), 펀드(5.0%), ELS·DLS(5.8%) 투자금액을 늘리겠다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부자들은 향후 1년 이내 단기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복수응답)로 주식(47.8%)과 거주용 주택(46.5%)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뒤를 이어 금·보석(31.8%)과 거주용 외 주택(31.0%)이 꼽혔다.

향후 3년 정도 중장기적으로 고수익이 기대되는 유망 투자처로도 유사하게 거주용 주택(44.3%), 주식(44.0%), 거주용 외 주택(32.3%), 금·보석 32.0% 등을 꼽았다.

중장기 고수익 투자처에 대한 전망 결과는 2022년과 비교해 다소 차이가 드러난다. 2022년에는 거주용 외 주택(43.0%), 거주용 주택(39.5%), 빌딩·상가(38.0%), 토지·임야(35.8%) 등 부동산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주식(31.0%)과 금·보석(26.8%)은 후순위로 밀렸다.

이는 금리 인상과 우·러 전쟁, 인플레이션 등 국제 정세 및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게 변하면서 자산 가치 하락의 위험이 있는 부동산에 대한 선호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안정적인 금·보석이나 기업 가치 등을 기준으로 개별주식을 우선순위로 꼽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부자들이 꼽은 부의 원천은 사업소득이 31%로 가장 비중이 컸으나 전년 대비 6.5%p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뒤이어 부동산 투자가 0.8%p 감소한 24.5%, 상속·증여가 4.2%p 늘어난 20%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와 근로소득은 각각 2.8%p, 0.3%p 늘어난 13.3%, 11.3%로 집계됐다. 부자들은 부의 원천이자 성장의 기초인 '종잣돈'으로 최소 8억원 정도를 생각했으며, 총자산 100억원 이상을 가져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절반(53%)이 넘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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