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16호점 발굴 특명"…브랜드 사업 키우는 롯데호텔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메리어트, 힐튼 등 미국의 글로벌 특급 호텔 브랜드가 세계로 뻗어나간 건 2차 세계 대전 이후다. 세계 최강의 강대국으로 올라선 미국의 시민들은 때마침 만개한 항공 산업의 비약과 함께 1970년대부터 해외 각지로 여행을 떠났다. 콘래드 니컬슨 힐튼과 존 월러드 메리어트는 기존의 유럽식 호텔이 아니라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적용한 호텔 체인망을 세계 곳곳에 구축했다.
일본 특급 호텔의 발전도 마찬가지 경로를 밟았다. 일본 호텔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오쿠라 호텔 본관이 첫선을 보인 건 1962년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신라호텔을 만들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는 호텔이다. 오쿠라, 닛코, 토요코인 등 일본의 주요 호텔 체인은 일본인들이 JAL(일본 항공)을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글로벌의 외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롯데호텔, 해외 여행 붐 타고 비상할까
올 9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해외로 떠난 한국 관광객은 1619만5000명에 달했다. 연간 기준으로 2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해외에서 쓰는 카드 금액(9월 말 누계)만 12조3000억원에 달했다. 미국, 일본 호텔의 성장 공식대로라면 롯데, 신라 등 한국의 특급 호텔 브랜드로 해외로 뻗어나갈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다.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호텔이다. 올 7월에 취임한 김태홍 호텔롯데 호텔사업부(이하 롯데호텔) 대표(사진)는 취임 일성으로 “해외에 16번째 롯데호텔 간판을 걸라”고 특명을 내렸다. 이와 관련,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호텔의 최상위 브랜드인 시그니엘 간판을 단 특급 호텔을 2025년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롯데호텔은 1988년 소공동 본점에서 출발한 국내 첫 특급 호텔이다. 신격호 롯데 창업주가 ‘한국에도 국격에 걸맞은 호텔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었다. 9월 말 기준 31개의 호텔과 3개의 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이 중 해외 호텔은 13곳이다. 내년 오픈 예정인 L7 시카고 바이 롯데(가칭)와 2025년 개관 예정인 롯데호텔 소치(가칭)까지 포함하면 총 15개 점이다. 운영 객실은 약 4000실이다.
롯데호텔은 2010년 해외에 첫발을 디뎠다. 모스크바에 개관을 시작으로 뉴욕, 시애틀, 시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세계 주요 거점 도시에 롯데호텔을 열었다. 하지만 베트남(하노이, 호찌민 등에 3개), 러시아(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소치 등 4개)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데다 비인기 지역(타슈켄트팰리스, 사마라, 양곤)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일본, 싱가포르에 출점 검토중”
김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내놨다. 유동 인구가 많은 글로벌 거점 도시로의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를 위해 일본,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에 아라이리조트를 운영 중이긴 하지만 일본의 주요 관문 공항과 거리가 멀어 일본 내 한국 관광객 급증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등 주요 관광 중심지에 롯데호텔을 열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롯데호텔은 베트남 등 성장성 높은 신흥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노이 신흥 도심으로 부상 중인 호떠이(西湖, 웨스트레이크) 인근에 시그니엘 호텔 개관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롯데쇼핑은 최근 웨스트레이크에 베트남 최대 복합쇼핑몰인 롯데몰을 개장하기도 했다. 시그니엘 웨스트레이크점은 롯데호텔 시그니엘의 해외 1호점이다.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해 롯데호텔은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전략을 주요 기조로 삼고 있다. 위탁 운영 방식으로 토지나 건물 등의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여 운영하는 직영방식보다 경영 관리의 부담이 적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야만 가능한 방식으로 현재 세계 유수의 글로벌 호텔 기업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무늬만 호텔 상장사들과 차별점 부각할 지 ‘주목’
롯데호텔은 현재 해외 총 5개의 위탁 운영 호텔을 두고 있다.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팰리스, 롯데호텔 양곤, 롯데호텔 사마라, 롯데호텔 시애틀과 올 9월 L7 브랜드로 처음 진출한 하노이 L7호텔 등 5개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롯데호텔앤리조트가 해외에서도 멀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의 해외 확장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필수 관문이다. 호텔롯데의 주력은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다. 전체 매출에서 면세사업 수입의 비중은 올 3분기 말 기준 81.1%에 달했다. 2021년, 2022년 같은 기간 각각 65.2%, 78.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세 사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등 다른 호텔 브랜드도 사정이 비슷하다. 호텔신라는 면세점, 파라다이스는 카지노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메리어트, 힐튼, 오쿠라, 호시노 등 미국 일본의 호텔 전문 기업과는 비즈니스 모델 구조가 다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국내 다른 호텔 상장사들과의 차별점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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