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하면 뭐해?” 원유 재료 플라스틱 선별을 대여섯 명 손으로만 [돈 되는 쓰레기의 눈물]
2050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600조
원료인 고품질 폐플라스틱 태부족
10명 이하 선별 사업장 70% 이상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해 시설 낙후
[헤럴드경제=정윤희·한영대 기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눈총 받던 폐플라스틱이 친환경 순환경제의 핵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버려진 페트병과 플라스틱을 녹여 원유(열분해유)를 뽑아내 다양한 재료로 활용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도시유전’으로, 말 그대로 ‘쓰레기가 돈이 되는’ 시대다.
이미 플라스틱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계 각국에서 플라스틱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가 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재활용 제품 관련 수요도 늘어나며 시장 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오는 2050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석유화학 기업들이 발 빠르게 폐플라스틱 열분해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구체적으로 SK지오센트릭은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 ARC’를 건설 중이다. 완공시 폐플라스틱 32만t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LG화학은 총 31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연 2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완공이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1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2공장에 4만5000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PET) 공장을 짓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113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전남 여수에 연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열분해 시장이 커지고 열분해유 생산량도 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열분해 기술을 이용한 폐플라스틱 처리량은 2019년 연간 1만3780t에서 2021년 2만7080t으로 늘었고 열분해유 생산량도 2019년 4163t에서 2021년 8617t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원료 수급이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늘어만 가는데 정작 열분해유의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이 부족한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실제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고품질 폐플라스틱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582만t이던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수요는 오는 2030년에는 864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플라스틱 발생량 역시 2019년 418만t에서 2021년에는 492만t으로 17.7% 늘어났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 증가에도 원료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로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70%로 높지만, 대체로 고형연료(SRF) 제조나 열회수 등 소각형 재활용에 편중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시멘트 제조업계에서도 폐플라스틱을 유연탄 대체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130만t이던 시멘트업계의 폐플라스틱 사용량은 2022년 230만t으로 77% 늘어났다.
또, 분리수거 자체는 전 국민이 열심이지만 실제로 ‘고품질 원료’가 될 폐플라스틱을 골라내는 회수·선별산업이 열악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열분해유의 품질은 폐플라스틱의 품질과 종류에 크게 의존하는데, 대다수의 선별업체가 영세한데다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선별율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재활용업체 6720곳 중 53.7%(3612곳)가 5명 이하 소규모 사업장이었으며, 10명 이하 사업장은 73.7%(4955곳)로 집계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공공선별장(187곳) 역시 71%가 폐플라스틱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 내는데다, 절반 이상의 장비·시설이 내구연수를 초과하는 등 낙후돼 평균 선별율은 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플라스틱 수거·선별 기술 고도화, 설비 투자 투입 등이 시급하지만 아직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은 생활계 배출 플라스틱 선별업에는 진입하기 어렵다. 지난해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대기업들이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맺고 중소기업은 물리적 재활용을,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을 담당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기존 재활용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사업장·건설계 배출)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에는 기본적으로 불순물이 상당히 많다”며 “오염도가 심각한 만큼 생활계 배출 플라스틱보다 열분해 사업에 더욱 활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열분해유의 사용처를 늘리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열분해유는 왁스, 염소 등이 함유돼 연료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열분해유 정제 및 고품질화 기술 지원과 다양한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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