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안산, 이런 시도민 구단이라면 해체하는 게 맞다[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3. 12. 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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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구단 홈페이지에 이민근 안산 시장 사진과 함께 적힌 인사말.



올해 프로축구에서 가장 큰 망신을 당한 팀은 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다. 감독을 비롯해 대표이사, 강화 부장 등이 에이전트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뒤 선수를 받아준 게 국민 앞에 들통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감독과 대표이사 등을 비롯해 에이전트, 초등학교·대학축구부 감독, 학부모 등 총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지금 진행 중이다.

감독이 구속됐고 고위층도 줄줄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팀 분위기가 완전히 망가졌다. 이 와중에 구단은 동업자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방식으로 신임 사령탑을 영입했다. 전남 드래곤즈 임관식 수석코치를 데려온 것이다. 시즌 도중, 2부리그 플레이오프 싸움을 벌이는 전남에서 수석코치를 빼온 것은 무리한 ‘무례수’였다. 꼴찌로 추락한 성적은 엉망이었고 구단 인사는 더 엉망이었다.

안산 구단은 수사 초기 발뺌했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 때였다. 기자는 당시 임종헌 감독이 안산 감독으로 일하면서도 선수를 받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기자들 중 유일하게 제기했다. 안산 구단 직원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임종헌 감독 잘못은 태국 프로팀 감독으로 일할 때 일이다. 현재 안산 구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두고 보면 알 것이다. 내가 아무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했겠느냐”는 말에도 “현재 안산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한 구단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안산 구단은 지금까지 진정성을 담은 사과문 하나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1일 구단 홈페이지 공지 사항에 게재된 ‘안산그리너스 공개감사 안내문’도 궁색하기만 하다. 안내문을 클릭해보면, 뒷돈 파문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고 일반적인 부조리, 불편 사항 등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고만 적혀 있다. 스카우트 관련 비리 때문에 감사를 시작하면서도 마치 일반적인 감사를 하는 뉘앙스다. 공개 감사라고 하면 감사 결과를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안산시는 무슨 이유인지 감사 결과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잘못한 게 사실로 밝혀지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상식이다. 시도민구단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적잖은 재정이 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안산 구단의 오랜 침묵은 시민에 대한 직무유기며 축구단 운영 주체인 자신들에 대한 기만이다. 구단주인 이민근 시장은 사과의 뜻을 밝혔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믿을만한 쇄신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수선발위원회를 구성하면 선수 선발 비리가 차단된다는 시장의 발언에는 실소가 나온다. 전면적인 인적 쇄신 없이 시스템만 정비하는 게 헛되다는 걸 시장이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시도민구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승하기 위해서일까. 그것보다는 궁극적으로 지역민에게 감동, 기쁨, 희망, 자부심, 자긍심을 주는 것이다. 안산 구단이 올해 안산 시민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충격, 어이없음, 황당함, 창피함 등일 것이다. 불법을 저지르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지역민으로부터 무관심을 넘어 불만,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이런 시도민구단이 과연 존재할 가치와 이유가 있는 것일까. ‘지금의’ 안산이라면 해체하는 게 맞다.

안산 구단 홈페이지에는 이민근 시장 사진과 함께 이런 인사말이 적혀있다.

“시민이 행복한 구단. 이것이 바로 안산 그리너스FC의 경영 철학입니다.”

과연 이 인사말을 믿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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