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역사 로맨스 드라마 봇물…'연인' 잇는 흥행작 나올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조선시대 중매 로맨틱 코미디 '혼례대첩', 임금을 유혹하는 첩자의 이야기 '세작, 매혹된 자들', 상반된 두 인격을 가진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한 여자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사극 로맨스 '환상연가', 밤이면 복면을 쓴 정의의 사도가 되는 과부와 그를 쫓는 종사관의 이야기 '밤에 피는 꽃'….
연달아 가상의 역사를 토대로 한 로맨스 드라마가 선을 보이면서 올해 방송된 '연인'이나 작년 초 종영한 '옷소매 붉은 끝동' 등 흥행작의 계보를 이을 작품이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 10월 첫 방송을 한 KBS 2TV의 월화드라마 '혼례대첩'은 이달 25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에선 결혼한 날 배우자인 공주가 죽어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부마 심정우(로운 분)와, 마찬가지로 배우자와 사별한 정순덕(조이현)이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원녀(과부)와 광부(홀아비)들이 혼례를 치르도록 이어주는 역할을 맡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차츰 호감을 느낀다.
형형색색의 한복과 인기 배우 로운이 구사하는 예스러운 말투가 사극 특유의 멋을 자아낸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광부 1호', '원녀 2호' 등의 호칭을 정하고 이들의 인터뷰를 다루는 등 신선한 연출도 눈에 띈다.
'혼례대첩'이 끝난 뒤 KBS 2TV에서 내년 1월 2일부터 같은 시간대에 방송할 박지훈과 홍예지 주연의 '환상연가'도 가상역사극 로맨스물이다. 다만 이 드라마는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것이 '혼례대첩'과는 다른 지점이다.
원작 웹툰은 가상의 국가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족이 역적으로 몰려 몰살당하고 혼자 살아남은 연월이 왕에게 복수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역사적 시대에 기반을 두지 않은 판타지물인 만큼 고증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훨씬 다양한 의복이나 설정을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원작의 분위기나 현재까지 공개된 포스터를 고려하면 웃음기를 덜어낸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tvN이 내년 1월 21일부터 방송할 주말 드라마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가상역사극 로맨스다.
조정석과 신세경이 주연하는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왕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도리어 적국에 협력했다고 의심받는 이인(조정석)과 세작(첩자) 강희수(신세경)의 이야기다.
MBC가 내년 1월 12일 첫 방송하는 이하늬와 이종원 주연의 금토 드라마 '밤에 피는 꽃' 역시 가상역사극으로 로맨스 요소를 담고 있다.
'밤에 피는 꽃'은 밤마다 복면을 쓰고 악한들을 해치우는 과부 조여화(이하늬)와 그를 쫓는 금위영 종사관 박수호(이종원)의 이야기다. 수사와 코미디 요소가 더 강하지만,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애틋하게 다룬 로맨스물이기도 하다.
이들 외에 MBC가 방영 중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과 최근 마지막 회가 방송된 ENA '낮에 뜨는 달'도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져 가상역사극의 요소가 포함돼 있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여러 가상역사 로맨스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만큼 장르가 가진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로맨스와 사극은 TV 드라마의 전통적인 장르이고 흥행한 사례도 다수 있다"며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더 신선하고 매력적인 설정과 이야기를 펼치는 게 가능하고, 그만큼 꾸준히 제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같은 장르로 분류되는 드라마들이 비슷한 시기 여러 건 나오는 것은 우연의 일치로 봐야 한다"며 "기획부터 방송까진 2∼3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공교롭게 방영 시기가 겹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방송된 사극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드라마는 MBC의 '연인'이었다.
병자호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인 이 작품은 주연 남궁민·안은진의 호연과 애절한 정서를 담은 대사 등이 호평받아 최고 12.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방송한 MBC의 '옷소매 붉은 끝동'도 큰 인기를 끌었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와 의빈 성씨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재해석한 로맨스물인 이 작품은 최고 17.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주연배우 이준호와 이세영이 각종 상을 휩쓸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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