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 휘파람 토트넘의 강한 잇몸→핵심은 손흥민과 쿨루세프스키[심재희의 골라인]
손흥민·쿨루세프스키 '멸티 포지션' 활약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20개 팀이 싸움을 벌인다. 팀당 한 시즌에 38번의 EPL 경기를 치른다. 국내 컵대회와 유럽 클럽대항전까지 출전하는 팀들은 50경기 이상을 소화하기도 한다. 올 시즌 토트넘 홋스퍼는 유럽클럽대항전에 출전하지 않는다. 리그컵(카라바오컵)에서 조기 탈락했다. EPL과 FA컵만 남았다.
우승 기회가 줄었지만 일정이 상위권 팀들보다 빡빡하지 않은 점은 다행으로 비쳤다. 특히, FA컵 일정에 들어가기 전까지 EPL에만 집중할 수 있어 팀 컨디션 관리가 수월했다. 실제로 이런 부분들이 올 시즌 초반 토트넘의 상승세 원인이 되기도 했다. 토트넘은 EPL 10라운드까지 8승 2무 무패 성적을 올리며 선두를 질주했다. 63년 만의 우승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11라운드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공교롭게도 과거 지휘봉을 잡았던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첼시에 1-4로 역전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자와 퇴장 징계자가 속출했다. 잘나가던 팀에 균열이 생겼고, 15라운드까지 1무 4패로 와르르 무너졌다. 10라운드까지 승점 26을 마크했으나, 11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 단 1점밖에 따내지 못하며 5위까지 추락했다. 맹활약을 펼쳤던 손흥민도 공격 쪽에서 고립돼면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16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손 톱'을 포기하고 히샬리송을 원톱으로 투입했다. 지난 시즌 토트넘 이적 후 부진의 터널에 갇힌 히샬리송을 최전방에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험수로 비쳤다. 원톱으로서 10골을 뽑아낸 손흥민을 왼쪽 윙포워드로 돌렸다. 그리고 데얀 클루셰프스키를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 배치했다. 변화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뉴캐슬이 멀티골을 폭발하며 4-1 대승의 주역이 됐다. 17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도 변화된 4-2-3-1 전형을 가동했다. 히샬리숑과 쿨르세프스키가 득점포를 가동하고 2-0으로 이겼다.
올 시즌 토트넘이 시즌 초반 1위에 자리한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는 공격 쪽에서는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이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의 공백을 메우며 원톱으로서 골 폭풍을 몰아쳤고, 매디슨은 2선 공격자원으로 손흥민을 지원하며 팀 공격의 창의성을 끌어올렸다. 케인이 빠져 공격력 약화과 우려됐으나, '손톱과 매디슨 지원'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하지만 매디슨이 부상의 덫에 걸리면서 공격진 힘이 부쩍 떨어졌다. 원톱 손흥민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시 변화를 택했다. 멀티 활약이 가능한 손흥민과 쿨루세프스키를 중심으로 공격진 새 판을 짰다. 히샬리송을 원톱으로 두고 손흥민을 왼쪽 윙포워드, 쿨루세프스키를 섀도 스트라이커, 브레넌 존슨을 오른쪽 윙포워드로 뒀다. 원래 측면과 중앙에서 고루 좋은 모습을 보인 손흥민이 날카로운 돌파와 도움으로 공격 에너지를 끌어올렸고, 쿨루세프스키도 2선 공격 지원과 직접 해결 등을 두루 잘 해내며 희망으로 떠올랐다. 뉴캐슬전 후반전에는 히샬리송이 교체되면서 손흥민 원톱-클루스페스키 오른쪽 윙포워-브레넌 존슨 왼쪽 윙포워드-지오반니 로 셀소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형 변화를 주면서 플랜B 안착을 증명했다.
현재 토트넘의 변화와 탄력적인 전형 운영의 핵심은 손흥민과 쿨루세프스키가 잡고 있다. 시즌 초반 케인이 빠진 뒤 우려된 공격력 저하를 손흥민과 신입생의 조합으로 잘 메웠다면, 이제는 손흥민과 쿨루세프스키의 멀티 활약을 바탕으로 부상자들 공백을 만회했다. 이가 많이 빠졌지만, 강한 잇몸으로 잘 버텨내면서 반전의 기틀을 잡았다. 중위권 추락 위기에서 벗어나 상위권 재도약 가능성을 되살렸다.
38라운드는 매우 긴 일정이다. 시즌 내내 팀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부상자와 징계자, 그리고 이적 선수들이 발생해 변수를 맞이한다. 변수를 잘 극복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케인의 이적으로 불안한 전망을 낳았던 토트넘이 빠른 전형 변화로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물론,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내년 1월에는 손흥민이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자리를 비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전형 변화와 함께 히샬리송의 부활이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과연, 다시 회복세로 접어든 토트넘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손흥민(위 왼쪽)과 쿨루세프스키, 손흥민(중간), 쿨루세프스키(아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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