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도 50%' 아래로, 공급망 대책 나선 정부…신냉전 구도에 전전긍긍
흑연 등 특정국 의존도 70%에서 50% 이하로…2030년까지 달성
미‧중 갈등 격화, 신냉정 구도 심화…외교적 노력 병행 필요성
최근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주요 품목들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기 위한 장기 전략에 착수했다. 정부는 자립화‧다변화‧자원 확보 등 공급망 3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는 분위기라 현실화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16일 정부와 수출입 업계 등에 따르면 흑연과 영구자석 등 주요 품목들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2030년까지 70%에서 50% 이하로 낮추는 방안 관련 세부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른바 '공급망 다변화' 정책은 지난 2021년 요소 사태 이후에도 필요성에 제기됐지만, 최근 중국발(發) 요소 수출 통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소부장 및 공급망 안정화 특별법' 시행과 함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희귀가스와 흑연, 희토, 요소 등 185개 공급망 안정품목을 선정해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처음부터 중국을 타깃으로 삼은 건 아니지만 주요 품목들의 의존도를 분석해보면, 절반 이상 품목들이 중국산"이라며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이번 요소 사태처럼 중국의 변심에 따라 우리나라는 크게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각 분야 전문가 100여명으로 구성된 전문 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공급망 안정품목을 검토했다. 수입 100만달러, 특정국 수입의존도 50% 이상(특정 3국 수입의존도 70% 이상) 등에 해당하는 소부장 품목 1719개를 대상으로 수급 전망 등 다양한 조건을 검토 후 185개 품목을 선별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각각 주요 품목들을 가격경쟁력, 기술력, 희소가치 등 다양한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지만, 근본 대책으론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이 그동안 낮은 임금과 풍부한 원자재 등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지만, 미‧중 갈등으로 시작된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중국과 교역 라인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요소 사태만 봐도, 결과적으로 중국산 요소의 '가격 경쟁력'을 뛰어 넘지 못하면서 발생한 사태라는 지적이다. 요소는 희소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중동 등에서도 충분히 수급이 가능하다.
다만 요소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외 제3국에서 수입을 추진할 경우, 민간 기업들은 많은 물류 비용을 부담해야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울러 중국산 요소가 품질 측면에서도 제3국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어, 민간 기업들이 중국 외 국가들로 수입 다변화 추진을 주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R&D 투자 확대와 수입보험 우대, 특정국 집중 생산시설의 제3국 이전(P턴) 등 구체적인 지원책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가성비'가 높은 중국산 품목 대신 높은 가격의 제3국 대체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
사실상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양분되면서, 우리나라는 이전에 비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원자재를 통해 누렸던 경제적 편익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당분간 기업들의 순이익 감소나 저성장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 팀장은 통화에서 "중국이 대부분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채널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설 때 이 소식을 사전에 듣기만 해도 대비책 준비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들도 중국에 호감이 있어서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다"라며 "자국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모든 전략을 동원하는 게 외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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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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