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주식이 5000원 됐다…삼성 협력사 시노펙스 가보니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삼성전자 1차 협력사 시노펙스를 가다
‘주가 질주’ 이끈 황지호 부회장 인터뷰
“주력인 FPCB와 필터 사업 시너지
내실 경영으로 두 자릿수 성장 지속
혈액투석기 등 국산화 프로젝트 성과
말 앞서는 회사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
올 영업익 200억 돌파 가능성 … 6년來 최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4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FPCB(연성회로기판)와 필터 사업이 시너지를 발휘해 올해 호실적이 예상됩니다. 혈액투석기 등 국산화 프로젝트 성과도 나오고 있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데 집중하겠습니다.”
황지호 시노펙스 부회장(63)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노펙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976억원, 영업이익 179억원으로 6년 만의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세라면 올해 영업이익 200억원 돌파 가능성이 높다.
나노기술 소재부품 전문기업인 시노펙스는 1985년 4월 18일 멤브레인 및 필터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신정산업으로 출발했다. 이듬해 4월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06년 6월 유원텔레콤(삼성전자 모바일 협력사)을 합병해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시노펙스는 SY(Synergy·상승효과)NO(Innovation·혁신)PEX(Apex·정점) 약자로 합병을 통한 시너지와 혁신을 통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력은 FPCB사업이다. 지난해 매출의 83%(2043억원)를 담당했는데 주로 휴대폰에서 나온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로서 갤럭시플립 등 대부분의 갤럭시 시리즈에 납품을 하고 있다. FPCB는 폴리이미드 재질을 사용해 기존 PCB와는 달리 매우 얇고, 유연성이 있는 전자 부품이다. 황 부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자체 기술력을 높이고 베트남 1, 2공장 자동화로 업무 생산성을 높였다”며 “고부가 제품 비중이 늘며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폴더블폰 출하량은 2023년 1860만대에서 2027년 1억150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지호 부회장 “신성장동력은 전기차 배터리 FPCB·혈액투석기”
내년 신성장 동력을 묻자, 황 부회장은 “FPCB 사업에서 모바일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연결 FPCB 시장을 잠재력이 큰 곳이라 판단해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2025년 이후 전기차 배터리 연결 FPCB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본다”며 “무게는 기존 와이어링 하네스(차량 내부 전기전자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보다 7분의 1수준이고, 부피는 80% 감소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PCB 사업 다각화로 모바일 매출 쏠림은 완화하고 신사업 매출은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또 “국산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혈액투석기 상업화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혈액투석기는 콩팥 기능의 저하로 혈액 내 축적된 인체 대사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여 깨끗한 혈액을 체내로 돌려 보내는 일회용 인공장기이다. 시노펙스는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처로부터 국내 첫 혈액투석기 GMP(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인증서) 인증을 따냈고, 지난달 말 국제의료기기품질인증 ‘ISO13485’를 받았다. 이로 인해 후속 단계인 CE MDR 제품 인증(유럽 판매 품목허가)과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에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황 부회장은 “혈액투석 관련 필터 및 소모품 시장은 약 1조8000억원 규모인데, 국내 유일 국책과제로 시노펙스가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태 본부장은 “화성 방교사업장(연면적 약 1500평)은 연간 230만개 혈액투석기 생산이 가능하다”며 “아시아 유일 제조 공정 자동화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사측은 내년 초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후, 혈액투석필터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2027년 국내 점유율을 2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대병원 신장내과·서울대 의공학과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이동형 인공신장기를 내년 말 선보일 계획이다. 이동형 인공신장기는 가정에서 혈액 투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택혈액투석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되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다.
시노펙스는 현재 혈액투석기 11종, CRRT(중환자용 인공 신장기)기기, CRRT 혈액회로 제품을 개발해 국내외 신장학회와 병원을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100% 수입에 의존한 의료제품을 국산화로 대체하는 게 사업 목표다.
연초 대비 주가 107% 뛰어 … 올 영업이익률 10% 달성 여부 관심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5050원. 호실적과 미래 사업 기대감으로 연초 대비 107.05% 상승했다. 전고점인 2020년 8월 6일 6735원(장중 고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지 묻자, 황 부회장은 “주가의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며 “하지만 기업 펀더멘탈이 단단해지고, 부채비율도 3분기 기준 50%대까지 낮아졌다”고 답했다. 또 “대형 프로젝트(혈액투석기, 전기차 배터리 FPCB, 반도체 공정 나노필터 등)들이 하나하나 구체화되고 있다”며 “말이 앞서는 회사가 아니라 실체가 있는 회사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초보 투자자가 진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시노펙스의 최근 5년간 매출은 고공행진이다. 2018년 매출 1654억원, 영업이익 34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2448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각각 48%, 279.41%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04%에서 5.25%로 높아졌다. 올해는 10% 턱밑까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정 회사 매출 의존도가 높은 건 아쉽다.
총 주식 수는 7972만1979주로 시노텍스 외 5인이 지분 11.1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자사주는 0.92%, 외국인 지분율은 3.52%로 유통 물량이 80%가 넘는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자, 황 부회장은 “대주주는 지금까지 단 1주도 팔지 않았다”며 “그동안 대규모 시설 투자로 지분율이 희석됐다”고 답했다. 이어 “실적이 계속 좋아지면 이익에 대한 배당도 검토하고, 영업이익 충당금을 쌓아서 자사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주환원책이 있냐는 질문에 황 부회장은 “오는 29일(신주배정기준일) 배당형 무상증자(1주당 0.05주)를 진행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홈페이지에 IR 전용 섹션을 만들어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무상증자란 기업이 자본잉여금 일부를 활용해 신주 발행하는 것인데, 배당형 무상증자는 배당소득세에 해당하는 15.4%의 별도 소득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주주들에게 혜택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 FPCB 1차 공급사인 시노펙스는 내년 웨어러블 기기 시장 성장과 전기차 FPCB서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국내 혈액투석기 시장은 외국산이 대부분이라 환자 입장에서 가격 부담이 크다(암 치료 비용보다 혈액 투석 비용이 더 큼)”며 “국내 혈액투석기 선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11%에 그치는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은 투자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라도 지분율을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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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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