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회사 '난색'에 중간배당 목표 3.5조원으로 조정
중간배당 근거 마련했지만…'고통 분담' 놓고 모-자회사 입장차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심각한 재무 위기로 회사채 발행을 못 할 지경에 내몰린 한국전력이 한국수력원자력 등 자회사들로부터 최대 4조원의 중간배당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자회사들이 난색을 보이자 중간배당 목표를 일단 3조5천억원 수준으로 낮춰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한수원,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와 사전 비공식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중간배당 추진 목표액을 기존의 최대 4조원에서 3조5천억원으로 5천억원가량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회사들은 협의 과정에서 모기업의 재무 악화 개선을 위한 '고통 분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각사의 현 재무 상황에 비춰볼 때 전례 없는 대규모 중간배당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은 1조원 이상의 중간배당을 요구받는 것으로 전해진 한수원의 경우 올해 1∼3분기 1천63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 9월 말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수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모두 더해도 1조원이 겨우 넘는다.
이 중 상당액이 원전 건설 및 연료 구입비, 경상비 등 운영비로 쓰여야 할 돈인데, 이를 그대로 모두 중간배당에 갖다 쓴다고 가정해도 한전이 요구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
지금껏 한수원 등 발전 자회사들은 매년 한 번씩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한전에 정기배당을 해 왔다. 한전은 이들 6개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이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 자체가 처음인 데다, 배당 요구 수준도 전례 없이 높다.
한전이 희망하는 3조5천억원은 지난해 한수원 등 6개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총액 904억원의 38배다.
최근 10년간 연간 배당이 가장 많았던 2016년에도 6개사의 배당은 9천44억원으로 1조원에 못 채 미쳤다.
한전의 요구대로 중간배당이 결정되면 그만큼의 현금성 자산을 못 가진 자회사들은 결국 회사채를 더 많이 발행하거나 금융권 차입 등으로 추가 재원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한 자회사 관계자는 "중간배당 재원은 재무제표상 이익잉여금인데, 이는 회계 장부상에만 있는 것이지 실제 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아니다"라며 "결국 회사채를 대규모 추가 발행해야 하는데 발행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계상 연결 기준으로는 '한전 그룹'의 회사채 총발행 규모는 그대로인데 발행 주체만 한전에서 자회사들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아랫돌 빼 윗돌 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 요구로 한수원 등 6개 자회사는 지난 11∼14일 잇따라 이사회를 열고 중간배당 근거를 갖추는 정관 개정을 했다.
한전은 이번 주 산업통상자원부가 각 자회사 개정 정관을 승인하면 이달 마지막 주 각 자회사가 추가 이사회를 열고 구체적인 배당액을 의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전은 이번 주 중반께 각 자회사에 정식으로 중간배당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때 구체적인 액수를 알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른 자회사 관계자는 "혹시 모를 배임 논란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모회사인 한전의 구체적인 배당액 요구가 공식 문서로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무적 의사 교환이 있었겠지만 구체적인 중간배당 규모까지 논의된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각 사의 중간배당 규모가 결정될 12월 말 이사회까지 중간배당 규모를 놓고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배당 근거를 갖추는 것은 시작 단계의 논의에 불과하고, 액수를 정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한전의 이례적 대규모 중간배당 요구는 내년 한전채 신규 발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뤄졌다.
법에 따라 한전은 '자본금+적립금'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시장 전망대로 올해 연간 6조원대 영업손실이 나면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는 현 발행 잔액 80조1천억원에도 못 미치는 74조5천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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