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오진 날' 이정은이 변했다 [★FULL인터뷰]
이정은은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티빙 드라마 '운수 오진 날'(극본 김민성·송한나, 연출 필감성)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극중 황순규 역으로, 아들을 죽인 살인자 '금혁수'를 쫓는 처절한 심정의 엄마를 맡았다. 이정은은 그간 모습과 다르게 살벌한 스릴러물 가운데 처절한 엄마의 심경을 그러내 호평받았다.
이정은은 "난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이 역할(황순규)이 아버지 쪽으로 쓰인 걸 눈치 챘다. 대사를 보면 희생당한 엄마들의 톤이 아니었다. 직접 뒷조사하고 돈거래도 한다. 이런 대담한 부분이 마음에 끌린 거 같다. 분량 생각하지 않고 잘 풀어갈 수 있겠더라"며 "(감독이 내게 하겠냐는) 의중을 먼저 물어봤다. '이 대본이 아버지 대사 톤인 거 같다'고 하니 그다음에 얘기를 해줬다. 보통 엄마들 다 울고불고 짜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는 점이 속도는 느리지만 나한텐 더 와닿더라"고 털어놨다.
역할의 진실을 알게 된 후에도 이정은은 오히려 그대로 가자고 했다고. 그는 "성별이 누구인지 보다 가족의 모습을 보는 거다. 엄마든 아빠든 상관이 없겠더라. 감독님은 내가 그때 붓기가 한참 있었는데 체중도 줄였으면 좋겠고 그런 피해를 본 상태에서 감정적 소모였다"라며 "연기를 잘하지만 건조하고 메마른 느낌을 같이 만들어보자 했다. 내가 이성민 선배님보다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나. 조명도 안 비춰주고 그런 의도가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또한 "냉담함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감정 호소로는 되지 않지 않나. 물적 증거를 찾아야 하는 게 어디서 접근할까. 관공서를 찾아갈 순 있지만 어떤 식으로 움직이게 될까"라며 "난 아마 죽인다는 것보다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게 목적이지 않나 싶다. 어떤 부분에선 냉담하게 추론하고 쫓아가려고 노력했다. 또 감독님이 내가 소리를 지르려고 하면 좀 눌러주기도 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노력으로 일군 황순규 역은 안타깝게도 극 중 일찍 마무리를 짓는다. 이에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 "한국 실정에 맞다. 쏴야 하는 부분들에 동경이 많다. 생각해봤다. 과연 몇 명의 희생 가족의 사람들이 과감하게 할 수 있을까"라며 "이성민 선배가 앞으로 어떻게 이끌지도 궁금했다. 난 어떤 캐릭터 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배톤을 넘겨줄 때 희열도 있다. 10부에 차로 등장할 때 묘한 여운이 남지 않았나"라고 자부심을 가졌다.
그는 먼저 드라마에 대해 "(유)연석 씨가 쿨한 느낌이 있지 않나.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힘 하나도 안 들이고 악역을 하다니. 그런 성분이 있지 않나 싶다"라며 "내가 피해자인 입장이라면 (이성민) 선배님은 고통스러운 입장을 보냈을 것이다. 답답하다고 보지만 본인은 아마 심장이 터져나가는 고통이 있었을 거 같다. (이성민과) 동료애가 생기는 거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정은은 현장에서 본 이성민이 정말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그는 "배우가 가진 집중력이 어마어마하다. 오택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일에 관해서 어떤 인물을 창출할 때 집중도가 놀랍다. 24시간 내내 생각하는 거 같다"라며 "난 가끔 졸기도 하고 딴생각도 하는데 좋은 배우가 탄생한 거 같다. 자기 인물에 대한 탐구력이 어마어마하다"라고 극찬했다.
이정은은 "나보단 감독님들이 다른 이미지로 바꿔보고 싶어 한다. 양념이 되는 과정이 재밌는 거 같다. 어떤 역을 안 하겠다는 건 없지만 이야기가 나에게 다가오냐에 문제다. 역할은 나를 다르게 봐주는 게 재밌는 거 같다. 그게 흥미롭다"라며 "전에 봉(준호) 감독님이 어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데 감독과 작가가 그렇게 봐줘야 한다고 하더라. 내가 변화하려는 욕구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사람이 다른 이미지가 중요하다.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운수 오진 날' 속 캐릭터는 본래 남성이었다. 그걸 여성인 이정은이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다고. 그는 "여성 역할이 하지 않은 대사가 나오는 희열이 느껴진다. 천편일률적인 여성 캐릭터에 새로운 변화가 오는 게 좋은 거 같다. 나라면 저번 드라마에선 능동적으로 쓰이진 않는데 굉장히 능동적이고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힐 때 희열이 온다"라며 "그걸로 인해서 보는 시청자들에게 역할이 고정적이지 않고 이거밖에 안 하는데 활기차고 딥해진다던가 시청자들의 의식도 바뀌니까 후배들도 좋아하는 거 같다. 대사 라인에 심사숙고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올해도 쉬지 않고 다작 중이다. 과연 어떤 지향점이 있길래 다작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까. 그는 "사실 (지향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돌아보니 내가 가는 길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이 많더라. 어떤 배우들이 성공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가는 선배로서가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라며 "예전에 봉 감독이 '우리가 홍보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본다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 점에서는 영향력이 있을 때 작품을 치얼업 해주는 부분을 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6개월의 메인 작품 있을 때 한두 작품 정도는 표현하고 있다. 체력이 달리긴 한다. 좀 늙는 거 같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올해 콘텐츠 숫자가 너무 줄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을 찾는 배우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나아지는 게 나의 큰 염원인 거 같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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