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직장인 잔혹사 시작…“월급 제때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 [방영덕의 디테일]
“복지포인트나 떡값 줄이는 건 진작에 했고요. 월급 제 때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 됐다니까요.”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한 대기업 임원이나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회사 분위기를 묻자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들에게 내년도 경영 전망을 물으니 ‘안갯속’이란 말이 빠지지 않았는데요.
어느 해이고 내년도 경영 전망을 물을 때 좋다는 얘길 들어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2024년을 코 앞에 둔 올해 연말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기업 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립니다. 업종과 나이를 불문한 ‘감원 쓰나미’가 불어닥쳐 어느 때보다 뒤숭숭합니다.
에듀윌은 경기불황에 주사업영역인 공무원과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 수가 감소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회사 생존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극심한 경영난과 대규모 임금체불로 대우위니아그룹 주요계열사는 법정관리절차를 밟고 있는데요.
특히 대유위니아그룹 가전 3사인 위니아전자(옛 위니아대우)와 위니아(옛 위니아딤채), 위니아매뉴팩처링의 임금 및 퇴직금 체불액은 지난달 총 708억3600만원으로 불어났습니다.
1년 이상의 임금이 밀렸지만 오너 일가의 무책임한 대응 때문에 각 가정이 무너지는 등 애먼 직장인들만 잔혹사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재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파주와 구미 공장의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인력 운영 효율화에 나섰습니다.
앞서 한화큐셀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국내 사업장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는데요. 국내 태양광 시장의 모듈 판매량이 감소하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식품 유통 화장품 업계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고요. 11번가는 만3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영화관 롯데시네마와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의 경우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에 이어 지난달 SPC그룹 내 파리크라상 역시 비용절감을 위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 6월 만50세 이상 부문장과 팀장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는데요. 엔데믹에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자 선제적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겁니다.
또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이 돼서야 환율과 물가가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73.2%는 우리 경제가 ‘장기간 1∼2%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14.4%는 ‘내년에 2%대에 진입하고 2025년부터 평균 3%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해 내년부터 평균 3%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응답은 1.4%에 그쳤습니다.
환율 안정화 시점을 묻는 항목에서는 ‘2024년 하반기’로 예상한 응답이 32.7%로 가장 많았고, 2025년을 지목한 응답자가 30.8%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도달할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2.1%가 2024년 하반기나 2025년으로 예측했는데요. 내년 상반기에 물가가 2%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7.6%에 그쳤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기업들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내년 경기 전망까지 어두운 실정”이라며 “그러다보니 구조조정이 아니더라도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인력을 재배치하고 급여와 인센티브 상승률 조정 등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에 기업들이 혈안이다”고 연말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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