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도 만류하는데…이낙연은 왜 신당 창당 결심했을까
이재명 대표 대응·제3지대 연대 여부에 파급력 판가름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통해 민주당을 대신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제대로 된 야당을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정치권 안팎에선 성공의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는 실패가 예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민주당이 대안이라고 국민께 인정받지 못한다면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며 신당 창당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1년간의 미국 생활과 귀국 후에 목격한 정치 상황에서 많은 회의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의 치우친 외교·안보 정책,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 등 경제 위기, 홍범도 흉상 논란으로 대표되는 이념 과잉 등의 퇴행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 전 대표는 지적한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에서 보인 당의 미온적 대처와 도덕성 상실, 일명 '개딸'로 불리는 강성당원들의 비주류 의원들에 대한 공격, 이재명 대표 사당화 등으로 민주당이 망가졌다고 보고 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양당의 지지율에 버금가는 수준인 무당층이 투표장에 나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비전이다. 이 전 대표의 씽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소속 일부 인사들, 비현역 총선 출마자 등이 신당 창당을 지지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당 창당 동력이 부족한 것은 현실이다. 신당이 성공하려면 현역의원들의 참여부터 지역 기반, 인물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어느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신당 성공 사례로 2016년 20대 총선의 국민의당이 꼽힌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 당시 호남에서 한 석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에 승리했고,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는 26.74%를 얻어 민주당(25.54%)을 누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양당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제3지대 바람을 일으켰고, 호남권 현역의원 다수가 합류해 힘을 더한 결과다.
2016년 당시와 비교하면 양당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높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여론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을 탈당한 직후 한국갤럽에서 안 의원 탈당에 대한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2015년 12월15~17일) 결과, '잘한 일'이라는 의견이 44%로 '잘못한 일'이라는 의견(25%)를 앞섰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긍정(41%)과 부정(42%)이 양분됐다.
그러나 최근 한국갤럽 조사(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서 이 전 대표 중심의 신당 창당을 '좋게 본다'는 의견은 34%, '좋지 않게 본다'는 의견은 46%로 부정 여론이 높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부정이 71%로 긍정 의견(21%)을 크게 앞섰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국민의당 분당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이 전 대표의 정치 기반인 호남권과, NY(이낙연)계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전 대표 대선캠프 대변인이었던 이병훈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신당에 참여 의사가 없고, 반대한다"고 밝혔으며, 대선캠프 상임부위원장이었던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 측 내부에서도 '너무 속도가 빠르다'는 보폭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윤영찬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좀 더 당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셔도 되는 것 아니냐, 왜 이렇게 서두르시는 것이냐'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은 있다"며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상황이 바뀔 여지는 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혁신과 '의미 있는 변화'를 요구했으며, 당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당내 혁신 시한으로 12월 말을 제시하며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 혹은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 여부에 따라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 또한 제3지대와의 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이낙연 신당의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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