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항마’ 니키 헤일리의 하이힐 정치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트럼프 독무대인 공화당 경선의 다크호스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미국 공화당 대선 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새대가리’라고 부르며 그가 머물렀던 호텔로 새장과 새 모이를 보냈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헤일리 후보가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대결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며 높아지는 경쟁력 차단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인도계 이민 2세인 헤일리 후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외교 분야 전문가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최초 여성 주지사를 지냈다. 정치자금의 거물로 꼽히는 정치 기부단체 ‘코크 네트워크(Koch Network)’의 조직 AFP가 공개 지지를 선언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헤일리 후보를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분석했다.
Appearance
스커트 정장에 하이힐, 男 후보들의 뻔한 패션과 차별성 강조
공화당 경선 후보 총 4차 토론회에서 7명의 남성 후보들은 모두 짧은 헤어컷에 짙은 네이비컬러 슈트 그리고 화이트 셔츠, 레드컬러 타이를 맸다.
반면에 헤일리 후보는 어깨를 살짝 덮는 기장의 웨이브 있는 헤어스타일에 스커트 정장과 하이힐을 기본으로 하되 색상과 질감에 변화를 줬다. 1차에는 화이트가 섞인 하늘색 트위드 소재로 시작해서 2차는 레드컬러의 실크소재, 3차는 화이트 숄칼라, 4차는 칼라가 없는 보트 네크라인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일반적으로 의상은 명도와 채도가 높은 원색도 과감하게 선택하는 편이지만, TV 토론회에서는 전반적으로 화이트 컬러의 의상 선택이 많았다. 흰색이 여성 참정권자를 의미하는 ‘서프러제트 화이트(suffragette white)’ 상징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미권 여성 정치인들은 중요 행사 때 흰옷을 입곤 하는데, 이는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흰옷을 입은 데서 유래한 전통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헤일리 후보는 남성 후보들이 자신을 차별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의상을 격전의 무기로 활용하자고 판단한 듯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마거릿 대처의 패션룩 업그레이드 버전
헤일리 후보는 격식을 갖춰야 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보수적인 디자인의 복장을 기본으로 하지만, 다양한 컬러의 의상과 높은 하이힐 착용 등 개방적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된다.
남성들 중 높은 하이힐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하이(high)’와 ‘힐(heel)’의 합성어인 하이힐은 고대 페르시아의 기병들이 말을 오르내리기 쉽게 하기 위해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은 것에서 유래한 남성 아이템이었다.
하이힐을 유행시킨 대표적인 인물은 프랑스 루이 14세로 당시 부와 권력을 상징했던 하이힐을 프랑스 귀부인들이 따라서 신기 시작하면서부터 여성 아이템으로 정착됐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성성을 강조한 스커트 정장을 착용하는 헤일리 후보의 드레스 전략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미국 여성 정치인들의 패션코드는 대부분 바지 정장과 낮은 구두였기 때문이다.
성별을 둘러싼 이슈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헤일리 후보는 기존의 이런 여성 정치인 패션 기조보다는 여성적인 패션을 정치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패션룩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분석된다.
헤일리 후보의 저서 제목인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If You Want Something Done)’은 마거릿 대처의 명언 “무엇인가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남자에게 언급을 요청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여성에게 요청해야 한다(If you want something said, ask a man. If you want something done, ask a woman)”를 연상하게 한다.
1차 공화당 경선 토론회에서 남성 후보들이 서로를 공격할 때 헤일리 후보는 “이래서 마거릿 대처가 ‘무엇인가 말하기를 원하면 남자에게 부탁하고, 일이 되기를 원하면 여자에게 부탁하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ehavior
5인치 하이힐이 주무기…당당한 집념의 상징일 수도
아이콘택트와 손의 제스처로 말의 설득력을 높이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도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걷는 헤일리 후보의 태도는 전반적으로 당당해 보인다고 분석된다.
공화당 경선 후보 3차 토론회에서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는 헤일리 후보의 하이힐을 공격했다. “여러분은 이 나라를 최우선 순위에 놓는 차세대 지도자를 원하느냐, 아니면 3인치 힐을 신은 체니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딕 체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에 헤일리 후보는 “우선 내 힐은 5인치고, 나는 이걸 신고도 달릴 수 있고, 힐을 신는 이유는 패션 차원이 아니라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라며 당찬 태도를 보여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에도 하이힐은 자신의 무기라고 하며 주 의회가 남성 위주이다 보니 때로는 하이힐로 걷어차고 싶을 때가 있다고 강한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이에 미국 일부 언론은 “불편한 하이힐을 오랫동안 잘 신고 다닐 수 있다면 하나의 파워가 되기에 이는 헤일리의 끈기와 집념을 보여준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이힐을 자신만의 차별화되는 시그니처로 반전시키는 헤일리 후보의 태도 전략은 신선했다. 하지만 신뢰감이 최우선인 정치인으로서 위태로워 보이는 하이힐의 높이를 조금 낮춘다면 안정감까지 확보할 수 있기에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된다.
Communication
트럼프 대항마 vs 월가에 매수된 정치인
2017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을 당시 유엔 안보리 논의를 주도했던 헤일리 후보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들이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하게 하라고 지시했던 사실을 저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최근 지지율 급상승에 힘입어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한 헤일리 후보는 공화당 경선 후보 4차 토론회에서 자신에게 집중공격을 쏟아붓는 경쟁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모든 관심을 좋아해요. 여러분.” 헤일리 후보는 가는 목소리 특성으로 약화될 수 있는 무게감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논리적인 역공화법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는 “월가에 매수된 정치인”이라고 그를 공격했고, 론 디샌티스 후보는 “기부자들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헤일리 후보는 “월가 큰손들로부터 후원 못 받은 질투라 답변할 가치가 없다”며 단호한 대응을 했다.
“75세 이상의 모든 정치인은 정신능력 감정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헤일리 후보는 유권자들과의 소통에서는 공감력이 돋보이고, 공식 스피치에서는 논리력이 강점으로 부각되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분석된다.
개방적 사고와 합리성이 장점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헤일리 후보지만 월가의 자금 러브콜을 받은 것만으로는 트럼프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USA투데이는 이른바 ‘헤일리 모멘트’로 불리는 돌풍 상황을 주목하면서도 헤일리 후보가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납치되거나 중도하차 또는 투옥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첫 승부처는 2024년 1월 열리는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헤일리 후보의 ‘하이힐 정치’ 이미지 브랜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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