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 개입’ 송철호·황운하 징역 3년 [김진성의 판례 읽기]

2023. 12. 1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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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3년 10개월 만에 나온 유죄 판단
재판 지연되는 사이 임기 다 채워

[법알못 판례 읽기]

송철호 전 울산시장.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1심 재판에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이 징역 3년씩을 선고받았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을 포함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1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었다.

유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1심 결론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송 전 시장은 임기를 모두 채우고 울산시장직에서 내려왔다. 항소한 황 의원도 임기까지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文 지인 당선 위해 선거에 조직적 개입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김미경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29일 송 전 시장 등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할 경찰 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선거 개입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청와대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 활동에 개입한 것이 핵심이다. 송 전 시장은 이때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비위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황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으로부터 김 대표의 비위 정보를 받아 ‘하명(下命) 수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명 수사에만 청와대 비서실의 8개 부서가 동원됐다.

송 전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지인 중 한 명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송 전 시장이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한 행사에 참석해 송 전 시장을 ‘30년 지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법원은 피고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황 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장 부임 후 첫 외부 인사와의 식사를 송 전 시장과 했고, 그 후 김 대표의 비리를 고발한 건설업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송병기 전 부시장이 관련 정보를 수집해 황 의원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수사를 청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황 의원은 수사를 지시받은 담당 경찰들이 ‘선거를 앞두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히자 그들을 전보 조치했다”며 “직권을 남용하고 수사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전 비서관 등 하명 수사에 가담한 청와대 관계자들도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의 비위 정보 수집이나 범죄 첩보 이첩은 대통령비서실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은 통상적인 업무라고 주장하나 이는 대통령비서실이 권력을 이용해 정치인이나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판단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재판 지연에 宋‧黃 모두 임기 채워

이번 판결은 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의 심각성을 또 한 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는 평가다.

송 전 시장은 1심이 3년 넘게 진행되면서 임기를 꽉 채우고 지난해 6월 울산시장에서 물러났다. 황운하 의원 또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지만 1심 선고 후 항소하면서 의원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게 됐다.

황 의원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황 의원은 “법원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만 받아들이고 피고인의 정당한 항변에 대해서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며 “항소심에서 반드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재수사로 이어질지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1년 임 전 실장 등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항고했다. 현재 서울고등검찰청이 재수사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울산시장 재선에 실패했던 김기현 대표는 판결 후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헌법 파괴 정치 테러 중 일부나마 실체가 밝혀진 것은 다행”이라며 “더 이상 늦기 전에 수사가 중단됐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실장, 조국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돋보기]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7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후원금 횡령’ 윤미향도 의원 임기 상당수 채워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법정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됐음에도 재판 지연 덕분에 임기의 상당부분을 채운 인물로 꼽힌다. 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모금된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3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2011~2020년 정대협 대표와 그 후신인 정의연의 이사장을 맡으며 모금 자금을 횡령하는 등 총 7개 혐의로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2년 5개월이 걸렸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8개 혐의 가운데 7개를 무죄로 판단하고 1700여 만원의 횡령만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나온 2심 판결은 달랐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혐의들이 유죄로 인정됐다. 윤 의원이 인건비를 허위로 계산해 여성가족부로부터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보조금관리법 위반),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비를 정의기억연대 운영비로 사용한 혐의(기부금품법 위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례비를 유용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윤 의원이 개인 계좌로 모금한 1억3000만원은 대부분 시민단체 후원과 정의연 사업 지원 등에 사용됐다”며 “사실상 장례비 명목으로 사업 자금을 모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지출된 장례비가 9700만원이었지만 현장 조의금 9400만원과 정부 지원금 400만원으로도 충분히 고인을 추모하고 시민사회장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2심에선 1심보다 윤 의원의 횡령금액도 더 많다고 봤다. 8000만원을 횡령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윤 의원은 정대협의 상임대표로 아무런 감독을 받지 않고 관련 후원금을 보관해 공적 용도와 사적 용도의 지출을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며 “사용처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이상 정대협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이 2심대로 선고하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은 국회의원은 직을 박탈당한다.

다만 대법원이 이제 막 이 사건을 심리하기 시작했음을 고려하면 2024년 4월 총선 전까지 확정 판결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설령 상고심이 빠르게 진행돼 윤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는다고 해도 4년 임기의 상당수를 채울 전망이다.

김진성 한국경제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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