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친구들에게 꿈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종범이 보는 아들 이정후의 빅리그 도전 [현장인터뷰]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3. 12. 17.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그라운드보다 위대한 곳이 있다. 필드도 너무 좋고, 일하는 분들도 일사천리로 일을 하신다.”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메이저리그 경기장을 경험했던 이종범(53) 코치는 메이저리그 구장을 경험한 뒤 아들 이정후(25)에게 이같은 말을 남겼다.

“그때 아들에게 ‘야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이니 기회가 되면 가보라’고 했는데 정말로 왔다.”

이정후, 이종범 부자가 입단식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지난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이정후의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만난 이종범 코치의 얼굴에는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2006년 WBC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구장을 찾은 그는 “운동장에 들어서면서 거대함을 느꼈다. 팀 이름도 ‘자이언츠’지만, 이런 필드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기장을 본 소감을 전했다.

야구계 후배이자 아들인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본 소감은 어떨까?

그는 “부러웠다. 젊은 나이에도 선택을 해준 팀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나이가 젊고 에너지가 있기에 충분히 잘할 것”이라며 아들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현역 시절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며 해외 생활을 경험했던 그다. 아들에게 해줄 조언은 없을까?

“그때 나는 일본에서 용병 신분이었다. 여기는 조금 다르다. 집도 차도 자기가 구해야한다. 환경도 다르고 리그도 다르다. 아무래도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있기에 동료들과 빨리 친해질 필요가 있을 거 같다. 먼저 다가가서 얘기하고, 유머도 할 줄 아는 성격이 필요할 것이다.”

아들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협상 기간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빅리그의 흐름을 잘 모르기에 긴장은 했었다. 정후가 생각한 금액을 받고 좋은 팀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팀에서 좋은 결정이 빠르게 이뤄졌다. 훨씬 편하고 준비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들이 좋은 계약(6년 1억 1300만 달러)을 맺은 것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이어 “남은 기간 동안 준비를 잘해야한다. 아직 캠프와 시즌 개막까지는 여유가 있다. 빠른공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이 없어야 할 거 같다. 상대가 피지컬로 압도한다 하더라도 내가 가진 실력을 보여준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종범 코치는 현재 코치 연수를 준비중이다. 그는 “자이언츠 구단과 얘기가 된다면 캠프 기간 메이저리그 연수를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다른 팀을 알아봐야한다. 아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연수 계획을 공개했다.

이종범 코치가 아들 이정후의 입단식을 앞두고 식장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묻는 말에 “야구와 관련해 배운 것은 많이 없다”고 답했다. 대신 “좋은 사람으로서 클 수 있는 것들, 인성에 대해 배웠다.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배웠다”며 인간 됨됨이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어렴풋이 아버지의 활약하는 모습을 기억중인 그는 ‘아버지와 달리기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기냐’는 질문에 “지금은 당연히 내가 더 빠르지만, 같은 나이대로 놓고 붙는다면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아버지의 현역 시절을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그는 “아버지의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라 태어나니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돼있었다. 한국에서는 약간 오글거렸는데 ‘그랜드손 오브 더 윈드’라고 영어로 말하니 멋있는 거 같다”며 별명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계약의 무게는 곧 부담의 무게를 의미한다. 시대도 다르고, 무대도 다르지만 아버지 못지않게 쉽지않은 길을 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종범 코치는 이같은 걱정을 묻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조용하지만 동시에 힘있는 목소리로 이같은 말을 남겼다.

“다들 (계약에 대해) 우려를 하신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아시아 타자로서 좋은 결과를 냈기에 어린 친구들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에게 꿈을 줬다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