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우디·태국·중국…K골프 배우러 전세계에서 몰려온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12.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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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코치에게 지도 받는 해외 선수 늘어
맞춤형 골프 지도법 만족도 높아
한국 찾아 원포인트 레슨 받기도
과거와 다르게 전세계서 주목
고진영·임성재 등 활약 큰 역할
이시우 스윙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리디아 고. AFP 연합뉴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골프를 배우러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K골프’를 배우기 위해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중국, 미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한국을 찾고 있다.

한국 지도자들에 대한 생각이 변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는 한국 선수들이 많아져서다. 특히 불모지로 여겨졌던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10여명이 되면서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지도자들에게 배우는 해외 국적의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PGA 투어와 LPGA 투어, DP월드투어 등에서 활약 중인 몇몇 선수들은 따로 시간을 내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정도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PGA 투어와 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미국 지도자들을 찾아다녔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골프계에서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처럼 한국 지도자들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지도자들에게 레슨을 받은 해외 선수들의 만족도는 높다. 태국 출신의 한 프로 골퍼는 “지난 여름부터 지도를 받고 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스윙을 할 때 불편함이 없어진 게 가장 만족스럽다”며 “한국 선수들이 시즌 중에도 한국으로 넘어가 레슨을 받는 이유를 이번에 알게 됐다. 이번 겨울과 내년에도 지금의 스윙코치와 함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외 선수들을 사로잡은 한국 지도자들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LPGA 투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레슨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이 끝난 뒤 함께 밥을 먹는 등 처음 접해본 한국식 골프 지도에 매료된 것 같다”며 “또 무조건 스윙코치 자신의 스타일로 스윙을 바꾸는 것이 아닌 선수 맞춤형 레슨에 대한 만족감도 컸다. 한국 지도자에게 배운 몇몇 선수들은 한국식 전지훈련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골퍼들 사이에서 가장 알려진 한국 지도자는 이시우 스윙코치다. 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 박현경 등을 지도하고 있는 이 코치는 올해 리디아 고(뉴질랜드), 파자리 아난나루깐, 재즈 쩬와타나논(이상 태국) 등과 호흡을 맞췄다. 이외에도 최종환 퍼트 코치, 나상현 스윙코치 등이 해외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국적의 선수들을 다수 지도하고 있는 한 스윙코치는 “최근 해외 선수들의 레슨 문의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선수라고 해서 지도법이 달라지는 건 없다. 선수와 이야기를 나눈 뒤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스윙을 교정하거나 다듬는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 골퍼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은 한국 지도자들의 수준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PGA 투어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한 선수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 중 80% 이상이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에게 레슨을 받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도자들과 비교해도 한국 지도자들의 실력이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한국 지도자들의 경우 정신적인 부분까지 신경써주는 만큼 많은 비용을 투자해 해외에서 레슨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 선수들이 많아졌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근 한국 지도자가 함께 하는 전지훈련에 관심을 드러내는 해외 주니어 골퍼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 전지훈련장의 모습. 임정우 기자
프로 골퍼들만 한국을 찾는 건 아니다. 제2의 고진영과 임성재 등을 꿈꾸는 해외 주니어 골퍼들도 한국 지도자들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 매니지먼트 한 관계자는 “한국 지도자들에게 레슨을 받고 싶어하는 유럽과 동남아 등 주니어 선수들이 많다”며 “주니어 선수들의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는 만큼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지도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원동력은 끊임없는 연구다. 현재 이름을 날리고 있는 대부분의 스윙코치들은 미국과 영국, 호주 등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 공부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한 관계자는 “과거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 아카데미에 가보면 한국인이 꼭 1명 이상 있었다. 지금도 따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정기적으로 공부하는 지도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지도자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트렌드에 민감한 것도 한국 지도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지도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0년 넘게 지도자로 활약 중인 한 스윙코치는 “개인 SNS 계정에 올린 스윙 이론 등을 보고 연락이 오는 경우 대부분이다. 서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의견 충돌이 크지 않다”며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차는 있지만 실시간으로 영상을 주고 받으며 레슨을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해외 선수들과의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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