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우린 도시용 안드로이드… 내년 IPO 목표”

정민하 기자 2023. 1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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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CCTV 1500대 정보 모아 교통 혼잡 파악
“도시를 스마트폰처럼 효율적으로 만들 것”
“내년 데이터센터 구축 최우선… 최소 5곳 확보”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가 12월 6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아토리서치 제공
정보통신(IT) 기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제는 개인이 아닌 데이터센터 형태로 전문적인 설비에서 다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리고 이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아토리서치처럼 대기업보다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 있는 기업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내년이다. 기업공개 타이밍이 왔다.

이달 6일 서울 서초구 아토리서치 본사에서 만난 정재웅 대표는 상장 후 공모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묻자 “데이터센터 사업에 투자해 국내 주요 사업자 중 하나로 도약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2012년 아토리서치를 창업한 정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학·석사 과정을 거쳐 미국 스탠퍼드(Stanford)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창업 전에는 인텔 랩(Intel Lab) 시니어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AMD 리서치 랩(Research Lab) 시니어 디자인 엔지니어 등을 역임하며 중앙처리장치(CPU) 칩을 설계했다. 현재 KAIST 전산학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주로 하드웨어(Hardware) 개발 쪽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 대표가 창업한 아토리서치는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스트럭처(Software Defined Infrastructure) 전문 기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이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세부적으론 인공지능형 교통시스템(AITS), 백업 서비스(BaaS),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등을 서비스한다.

아토리서치 제공

아토리서치는 2024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관사 선정을 완료했고, 내부관리회계제도 구축을 준비 중이다. 아토리서치가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는 누적 300억원 규모다. 2022년 영업이익 2억원, 당기순이익 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매출은 30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은 정 대표와 일문일답.

―어떻게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오게 됐나.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영향력이 커 스타트업이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한번 CPU 칩을 설계한다고 하면 인텔 기준으로는 7년, AMD는 3~4년이 걸린다.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시스템의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사실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 쪽에서 오래 일했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한 이유다.”

―아토리서치가 하는 일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달라.

“안드로이드로 이해하면 된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용도별로 하드웨어가 각각 있었다. 전화하려면 삼성 애니콜, 음악을 들으려면 아이리버를 주머니에서 따로 꺼내야 했다는 의미다. 이제는 안드로이드가 들어간 공용 기기 한 개에서 필요한 기능별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그때그때 설치해 쓰면 된다.

스마트폰에선 이런 변화가 이뤄졌지만, 도시는 아직이다. 환경·교통 등 분야에 따라 과도 다르고 예산도 시스템도 다 다르다. 이렇다 보니 똑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중복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생기고, 고장 난 기능도 삭제가 어려워 그냥 쓰게 된다. 아토리서치는 도시를 스마트폰처럼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향후에는 단위를 광역시, 나아가 국가까지 넓히는 게 목표다.”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왼쪽 첫번째)가 2021년 10월 부천시·네이버클라우드와 ‘부천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의 성공 운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실제 도시에 적용한 사례가 있나.

“2020년부터 3년 동안 경기 부천시와 손잡고 IT 기반 스마트 교통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특히 AI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 ‘AITS’는 도시에 깔린 1500대 이상의 CCTV 정보를 모아 AI로 교통 혼잡과 사고 등 여러 돌발 상황을 자동 탐지하는 기술이다. 최근엔 정부의 클라우드 전환 정책에 대비해 부천시·산하기관 등의 공공서비스 인프라 자원을 단계적으로 이전할 부천시 AI 데이터센터 설계를 맡기도 했다.”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 문제는 어떻게 하나.

“사업 초기 주력 분야로 교통을 선택한 이유다. 차량 안에 운전자를 흐릿하게(블러)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사람을 관찰하는 행위 자체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다. 개인정보보호는 한 사업체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부 부처에서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 그런데 아직 정부 부처도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투자자로서 삼성전자와 함께하고 있는데.

“2019년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65억원 투자를 유치한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 제품을 기반으로 한 AI 전용 GPU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 및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 신제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 반도체를 사용한 저장장치(SSD)와 아토리서치의 클라우드 기술을 융합한 백업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아토리서치가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삼성전자의 페타바이트 스토리지 솔루션 파트너사로 참가해 공개한 페타바이트 스토리지를 사용한 스마트시티 서비스. /아토리서치 제공

―경쟁 업체는 없나.

“비슷한 업종의 회사와 경쟁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한다. 한 업체 홀로 다 할 수 없어서다.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의 경우엔 센터를 구축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솔루션을 팔기도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다행인 건 경쟁업체 대부분 아토리서치가 지향하는 시장과 다른 곳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아토리서치는 고객 수가 적더라도 도시 단위, 국가 단위로 큰 컴퓨터를 만들 것이다. 반면 경쟁사는 기업·기관 등 규모는 작지만 수요가 많은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IPO를 추진하고 있는데.

“IPO는 지금 하는 일이 국가 단위로 성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IPO를 거치면 내·외부적으로 기업을 다듬을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토리서치에는 큰 꿈과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고, 이를 도와주려는 파트너와 재원도 있다. 또 기회를 펼칠 적기가 왔다는 점도 우리 강점이다.”

―상장 이후 목표는.

“데이터센터 사업에 투자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2024년 청사진 역시 데이터센터를 전국으로 펼치는 본격적인 해로 만드는 것이다. 새로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기존 시설을 구매해 운영하는 걸 최소 5곳 이상 확보하려고 한다. 이렇게 해서 2025년까지 데이터센터 10여곳을 운영하게 된다면 국내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 사업자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SK C&C·SK리츠운용과 함께 대구 수성 알파시티에 AI 데이터 센터(AIDC)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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