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女대표 우려, 매출로 극복”… 유제품 1등 원료기업 꿈꾸는 삼익유가공

이은영 기자 2023. 1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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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기 오너 2.0]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
유청분말 국산화… 유제품·라면·커피에 쓰여
“유제품·유산균 원료 독보적인 1등 될 것”

한국경제를 이끄는 중견·중소기업의 2·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배운 승부 근성과 해외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1세대 기업인을 뛰어넘기 위해 2·3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창업주가 68세 이른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막내딸인 제가 회사를 이끌게 되자, 세간에는 ‘삼익유가공이 공중분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회사 안팎의 걱정과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생산부터 공격적으로 늘렸다.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설비에 투자했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매출은 85% 이상 늘었다. 2025년부터는 흑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는 지난 2015년 35세의 나이로 회사를 물려받았다. 회사를 이어받을 준비를 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맡게 된 대표이사의 무게는 무거웠다고 한다. 그는 삼익유가공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5년이 “가장 행복하고 철없는 시절이었다”고 했다.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 2015년 35세의 나이로 회사를 승계받은 이 대표는 매출을 85% 키워냈다. /삼익유가공 제공

◇ 유청분말 국산화… 유제품·과자·음료·라면스프 원료로

삼익유가공은 유청분말, 전지분유, 커피크리머, 유크림, 유산균 등 60여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B2B(기업 간 거래) 제조기업이다. 제품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 라면스프, 초콜릿 등의 원료로 쓰인다.

한국야쿠르트(hy),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푸르밀 등 국내 대표 유업체와 CJ, 오뚜기, 삼양식품, 오리온 등 식품업체 약 300곳에 납품하고 있다. 동서식품(동서), 맥널티 등 커피 업체와 건강기능식품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

유청 분말을 최초로 국산화한 삼익유가공은 고(故) 이종익 회장이 1987년 창업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영향으로 음식이 서구화되던 때 치즈 등 유가공 식품 시장이 열리는 것을 목격한 이 회장은 해외에서 각종 유제품 분말과 관련 기계를 수입해 팔았다.

그러다 유제품 부산물인 유청이 국내에서는 버려지는데 해외에서는 영양가 높은 분말로 재탄생해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기회를 잡았다. 이 회장은 1991년 분무건조기를 국내에 도입해 김제에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이후 1990년대 초 삼익유가공의 유산균 원료를 쓴 ‘윌’, ‘쿠퍼스’, ‘수퍼100′ 등 발효유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삼익유가공은 급격히 성장했다. 1994년 폭염 때 아이스크림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혜를 입기도 했다. 창업 초기부터 단단히 기반을 다진 덕분에 지금도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유청의 80%는 삼익유가공으로 온다.

국내 최초로 유청분말 생산을 시작한 삼익유가공의 분무건조기. 기계에 유청과 원료를 넣은 뒤 뜨거운 열로 분사하면 액체가 마르면서 분말이 된다. 전체 설비는 아파트 5층 높이다. /삼익유가공 제공

◇ 공격적 투자로 고용·생산 늘려… 매출 85%↑

업계에서 신임이 두터웠던 이 회장은 2015년 말기 암 선고를 받고 같은 해 말 작고했다. 홀로 회사를 이끌게 된 이 대표는 매출 증대를 비전으로 삼았다. 고용을 늘렸고, 영업도 공격적으로 펼쳤다. 가공식품은 자동화에 한계가 있어 생산을 갑자기 늘리면 인건비 때문에 오히려 손해가 나기도 하는데, 이 대표는 생산량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생산시설도 늘렸다. 2019년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에 아파트 5층 높이의 분무건조기를 들였다. 분무건조기는 찐득한 액체 형태의 유청에 원료를 배합한 뒤 고열로 분사해 분말로 말리는 설비다. 익산공장 설비는 2021년 완공됐다. 분무건조기는 김제공장에 3대가 더 있다.

이 대표는 “2019년 설비 투자를 결정했을 땐 무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언젠가 흑자로 돌아설 것을 알았기에 투자를 단행했던 것인데, 바로 이듬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지금은 철 수급이 어려워 설비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환경이 됐다.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이 대표 승계 이듬해(2016년) 200억원에 못 미치던 매출은 2017년부터 매년 늘어 지난해 3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분말에서 70%가 나오고 나머지는 유산균 매출이다.

다만 수익률 개선은 숙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대표 승계 전인 2014년엔 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후 영업이익은 5억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엔 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화장품 업계의 한국콜마, 코스맥스처럼 유제품·유산균 1등 원료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건기식용 유산균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주력하고자 한다. 제품 다변화도 중비 중”이라며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윌’, ‘쿠퍼스’와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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