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3배 투자'..中, OLED 침공 가속화..LCD 전철 밟을라
[파이낸셜뉴스] 중국 디스플레이업계 1·2위인 BOE와 TCL CSOT가 최근 연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사업계획을 밝힌 가운데, 한국의 아성인 OLED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비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OLED 기술 특성상 단기간에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LCD처럼 공정표준화가 이뤄지고 파격적인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이 이어지면 중국업체의 물량공세에 못이겨 LCD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TV 제조사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가 내년 하반기 잉크젯 프린팅 OLED 패널 생산을 공식화했다. 지난 7일 중국 우한에서 개최된 2023 TCL CSOT 글로벌 디스플레이 생태회의(DTC2023)에서 자오준 TCL 테크놀로지 수석부회장 겸 CSOT 최고경영자(CEO)는 "잉크젯 프린팅 OLED 패널은 높은 밝기와 빠른 응답 시간, 넓은 시야각과 낮은 전력 소비가 특징인 차세대 디스플레이"라면서 "내년 하반기 양산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오 CEO는 이날 OLED 패널이 시장이 예상했던 TV가 아닌 태블릿, 노트북 등 IT 기기를 겨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린터처럼 유기물을 분사하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은 인쇄하듯 패널을 만드는 기술로, 한국에 뒤진 OLED 분야에서 역전을 노린 JOLED의 '비장의 카드'였다. 진공 상태에서 유기재료를 가열해 발광층을 만드는 일반적인 OLED 제조 방법과 달리 상압이나 낮은 수준의 진공에서도 제조가 가능하고 원하는 픽셀에만 적정량의 유기재료를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료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유기재료 막 두께 형성 균일도와 농도 균일도 및 액체 속에 든 미세입자가 물방울이 마를 때 바깥쪽으로 몰리며 표면에 남는 현상인 커피링 현상 등으로 수율(양품 비율) 확보에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업계 2위인 CSOT는 LCD 위주의 사업을 진행하다 2019년 회사의 미래먹거리로 OLED를 점찍었다. 이를 위해 CSOT는 소니와 파나소닉 등이 합작해 2015년 1월 출범한 일본의 JOLED에 2020년부터 투자했으며, 지난 3월 JOLED가 파산하자 JOLED의 잉크젯 프린팅 관련 설비를 인수한 바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업계 1위인 BOE도 지난달 28일 쓰촨성 청두에 630억위안(약 11조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OLED 공장에 투자한다고 밝힌 4조1000억원의 3배 가까운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2021년 OLED 스마트폰 및 TV 패널 출하량이 정점을 기록한 후 전방 수요 부진의 여파로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실적 약세 지속되면서 내년 IT가 OLED 산업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IT OLED 시장의 전체시장(TAM)은 스마트폰 OLED 시장의 약 5배 규모다.
애플이 내년 태블릿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 맥북에 OLED를 탑재키로 한 점도 기존 스마트폰 중심의 OLED 시장이 노트북과 모니터 등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이 때문에 BOE와 CSOT가 스마트폰 소형 OLED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점한 중소형 OLED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공정표준화가 이루어진 LCD와 달리, 자발광 유기물을 주 재료로 사용하는 OLED는 업체별, 사이즈별 생산공정이 상이하다"면서 "증착과 봉지(산소와 수분이 유기물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밀봉하는 공정)를 위한 최적의 레시피를 구축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실제로 국내 업체 또한 독점적인 기술력, 공정 운영 경험과 생산기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양산이 계획 대비 지연된 바 있어 중국업체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LCD처럼 중국정부가 나서 막대한 보조금 등을 지급한다면 장기적으로 LCD의 전철을 밟을 수 있어, 국내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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