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단합력 약화·美 셰일오일…감산 합의에도 하락하는 유가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3. 1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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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60_"국제유가 하락"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휘발유·경유 가격이 9주 연속 하락한 1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리터(L)당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4.7원 하락한 1626.6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가격은 전주 대비 21.2원 떨어진 1563.8원이다. 휘발유, 경유 모두 9주째 하락했다. 2023.1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뉴욕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기준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68.61달러로 70달러 선이 붕괴됐다. 10월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지며 국제유가는 9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2개월 만에 급락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에서 자발적 감산 합의가 발표됐음에도 국제유가는 이례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국제유가 하락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주요 변수들을 짚어봤다.

사우디와 OPEC 플러스 단합력 약화
지난달 30일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 OPEC 산유국들이 모인 OPEC 플러스는 정례 회의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일평균 2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OPEC 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일일 100만 배럴 감산 조치를 연장하고 러시아는 일일 30만 배럴의 수출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현재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프로젝트'를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 IMF( 국제통화기금) 추정에 따르면 사우디의 재정 계획을 맞추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6달러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러시아 역시 서방 제재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치르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유가가 높게 유지돼야 한다.

9월 초만 해도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는 시장에 공급 우려를 불러왔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6월부터 자발적 감산에 들어간 사우디는 하루 최대 1200만 배럴 생산이 가능하지만 현재 약 900만 배럴 생산에 그친다.

(제다 로이터=뉴스1) 장성희 기자 = 지난 6월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 자리에 앉아있다. 2023.06.0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하지만 감산 효과가 미미한 것은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잘 이행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UAE(아랍에미리트)는 최근까지 감산 목표(일일 307만 배럴)를 초과한 325만 배럴을 생산했고 이라크와 쿠웨이트도 목표량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 합의에 반대하며 동참하지 않았다.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제외됐으며 OPEC 플러스에 신규 가입한 브라질은 오히려 증산 계획을 발표했다.

ING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OPEC 플러스 내에서 생산 할당량을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으로 석유 시장의 심리는 여전히 부정적이며 내년 1분기에도 공급 초과가 예상되고 국제 유가는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투자 확대
미국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도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EIA(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 산유량은 일일 1300만 배럴이 넘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의 일일 원유 수출량은 역대 최대인 600만 배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산유국의 증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산유국들이 오히려 감산으로 대응하자 폐쇄한 국내 유정 개발을 재가동했다. 지난해 굴착을 시작한 유정에서 올해 셰일오일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산유량은 일일 80만 배럴까지 늘어나 OPEC 플러스의 감산 조치를 무력화하고 있다.

미국의 산유량이 늘어난 것은 시추기술의 효율성이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텍사스와 뉴멕시코 유정에서 시추 장비당 평균 석유 생산량이 일일 1319배럴로 증가했는데, 이는 10년 전 일일 183배럴의 7배가 넘는 수치다. 시추 장비 수가 2014년 정점을 나타냈던 1600개의 3분의 1 수준인 502개에 불과하지만 산유량은 더 증가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가를 낮추기 위해 기업들을 지원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남부 퍼미안 셰일 분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2024년 미국의 일평균 산유량은 1330만 배럴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산유량이 늘어나면 사우디는 가격통제력뿐 아니라 시장점유율까지 상실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사우디가 내년 상반기 감산을 중단하고 2014년과 2020년처럼 공급 확대를 통해 점유율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대 석유 소비국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수요 측면에서는 석유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둔화가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지난 3분기 미국 경제는 전기 대비 5.2%의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를 정점으로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을 통해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지난 보고서 이후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30~40%로 예측한다.

미국 다음으로 석유 소비가 많은 중국의 경기 침체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0.5%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는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된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10월과 11월 모두 기준치인 50을 하회한데 다 외국인 직접투자 역시 지난 3분기 1998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반적인 경기 수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부동산 투자는 -9.3%로 부진의 늪에 빠졌고 헝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금융권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최근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중국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고 2024년과 2025년 경제성장률이 4%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전략비축유·미국 대선 변수
주요 기관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당분간 공급이 늘어나고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가 정체되면서 약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최근 EIA가 발표한 '12월 단기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2024년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83달러로 기존 전망치보다 배럴당 10달러 하향 조정됐다. 만약 사우디와 OPEC 플러스가 감산을 종료하고 미국과 점유율 경쟁을 한다면 국제유가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반대로 유가상승 요인도 있다. 지난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한 기자 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은 두세 달 전과는 달리 이제는 더 이상 기본 정책이 아니다"며 사실상 긴축 종료를 선언했다. 또한 내년 기준금리 전망을 5.1%에서 4.6%로 하향함으로써 3차례의 금리 인하 조치를 예고했다. 이처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경우 위축된 소비와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원유 수요가 늘게 된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유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 비축유 1500만 배럴 방출과 추가 방출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전략비축유 확보도 유가상승 요인이다. 앞서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고유가 국면이 지속하고 인플레이션이 악화되자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를 대대적으로 방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졌을 때도 약 1억 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사용하면서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40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하회하자 미 에너지부는 최대 300만 배럴의 원유를 매입해 전략비축유를 보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말 치러지는 미국 대선도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출마가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미국의 에너지 지배(American Energy Dominance)'를 집권 1기 의제로 설정해 석유, 가스, 석탄 생산을 증대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트럼프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위축되고 석유 등 전통에너지 관련 시설과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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