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5억 규모 M&A 확정한 루닛, 자금조달 시나리오 세 가지
17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볼파라 지분 100%를 1억9307만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평가액은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볼파라의 전일 종가 0.78호주달러(AUD) 대비 47.4%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진 수준이다. 볼파라는 2024년 2분기 이내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75% 동의를 얻어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한다.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한 루닛은 자원 효율화 및 사업개발 집중을 위해 볼파라에 대한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볼파라는 2009년 뉴질랜드 웰링턴에 설립된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10억원인데 전체 매출의 96.5%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미국 시애틀에 사무소를 두고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AI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3차원(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설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 활용해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루닛이 볼파라를 인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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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포인트는 루닛이 볼파라 인수 자금 조달과 관련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다. 올해 3분기 기준 루닛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은 399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31억원, 금융자산 168억원이다. 이를 볼파라 인수 자금으로 활용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현재로선 루닛의 자금 조달 방법 중 쉬운 것은 인수 금융 조달이지만 가장 낮은 후보군으로 꼽힌다. 5%대의 고금리 상황에서 적자를 지속하는 루닛의 현금 창출력으로 연간 100억원 규모의 이자를 부담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다.
루닛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와 함께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인수 자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앞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미국 진단 업체 메리디안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 규모 인수 딜을 확정했을 당시 SJL파트너스와 지분을 6대 4 비율로 100% 지분을 확보키로 하면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3자 배정 유상증자도 주요 선택지다. 의료 AI 기업 대장주인 루닛은 미래 성장성이라는 슬로건에 주가가 대폭 오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연초(1월4일) 종가기준 3만2650원이던 루닛의 주가는 지난 15일 8만5400원으로 161.6% 뛰었다. 지난 9월11일 25만65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달성했다. 높은 주가 덕분에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의 지분이 7.01%로 다소 낮은 점은 발목을 잡는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루닛의 볼파라 인수는 루닛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앞으로 루닛이 암 조기 진단을 위한 강력한 설루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향후 양사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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