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그알' 피해자, "아버지 같은 존재, 떠날까 봐 거부 못해"…남아 성폭행 '키다리 아저씨'의 진실은?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키다리 아저씨는 괴물이었나?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키다리 아저씨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남아 성폭행 사건을 조명했다.
주변 사람들을 잘 도와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었다는 60대 김태석 씨. 그는 지난 2017년 노모와 아이들을 돌보며 혼자 살아가는 최미영 씨를 알게 되고 그의 가족들에게도 헌신했다.
그러다 미영 씨가 생계 문제로 미국으로 떠나게 됐고, 그는 미영 씨 대신 그의 가족들을 보살펴 왔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미영 씨의 어머니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들 우진을 살뜰하게 보살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김 씨는 친구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듯한 이야기를 했고 이에 친구가 경찰과 119에 신고를 했다. 낙동강변 생태공원의 물가에서 발견된 김 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고 저체온층 치료 후 정신과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김해 서부 경찰서의 경찰들이 찾았다. 그는 미성년자의제유사강간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
김 씨는 가족탕과 무인모텔 등으로 가서 초등생 우진을 성폭행했던 것. 우진의 신고로 수사를 받게 된 김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후에도 그는 병원에서도 몇 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 씨 지인들은 그의 의도와 다르게 사건이 흘러간다며 우진이 꾀어내어 김 씨가 그런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우진보다 10살 이상 많은 그의 누나는 뒤늦게 동생의 피해를 알고 함께 신고를 했다. 그저 사춘기라서 변한 줄 알았던 동생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또한 우진이의 어머니인 미영 씨는 김 씨가 자신의 노모에게도 추악한 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씨는 처음에는 배변활동을 도와준 것이라고 했으나 미영 씨의 추궁 끝에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자 미영 씨는 3대를 농락했다며 분노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미국으로 떠나야 했던 미영 씨는 아빠같이 아이들을 잘 돌보겠다는 말만 믿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왕래하며 아이들을 챙겨주는 모습에 크게 고마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진의 누나는 집에 없는 동생을 찾았고, 동생과 영상 통화 후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우진에게 위치를 보내라고 했다. 무인모텔에 동생이 있다는 것이 이상해 직접 찾아간 그의 누나. 우진과 함께 있던 김 씨는 단순한 오해라며 그냥 아이를 목욕시키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찜찜함을 느낀 그의 누나는 그날 이후 우진과 김 씨가 따로 만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1년 후인 2022년 7월 20일, 우진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 들었다. 동성애 관련한 것을 보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누나는 어머니 미영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의 추궁에 우진이 피해 사실을 고백한 것이다.
2019년 2월 처음 가족탕에 가서 범행을 저지른 김 씨. 그 후에 한 차례 더 가족탕에서 범행을 했고, 나중에는 무인텔로 우진을 데려가 관계를 가졌다. 우진이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범행만 총 10번 이상이었다. 그리고 무인텔에서 김 씨와 함께 있던 것을 들키기 전까지 김 씨의 범행은 계속됐다.
주차부터 계산까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무인텔을 주된 범행 장소로 설정한 김 씨는 계산도 현금으로만 했다.
미영 씨의 추궁에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던 김 씨. 그러나 그는 경찰 조사에서 말이 달라졌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우진이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가 원해서 한 것일 뿐이라며 우진 탓으로 돌렸다.
또한 우진이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지만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저 아이를 챙겨주기 위해 만난 것인데 아이의 요구에 응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변명했다.
그런데 올해 2월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더욱 충격적인 주장을 이어갔다. 성행위를 하기 전이었던 시기에 거실에서 잠들었던 자신에게 아이가 먼저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50살 이상 차이 나는 아이가 관계를 리드했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던 중 제작진은 우진과 김 씨가 나눈 메시지 내용을 보고 의아해했다. 우진이 먼저 김 씨를 보고 싶다며 만나자는 제안까지 했던 것.
그리고 이때 우진이 제작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학교 자퇴 후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 보내고 있는 우진은 우울증, 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체적으로 치질과 변실금을 앓으며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우진은 "본인이 먼저 그런 행위를 하고 뻔뻔하게 제 탓으로 돌린다는 게 당황스럽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의 행위에 대해 거절하고 싶었지만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참았다고 했다.
또한 우진은 "첫 행위 후 다시 만날 때는 이번에는 안 그러겠지 했지만 나중에 가서는 이런 행위 때문에 나를 만나려는 거구나 싶었다. 그걸 할 때마다 달갑지 않았고 통증도 있어서 거절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거절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저로 인해 관계가 틀어지면 다시 볼 수 없을까 봐 거부할 수 없었다"라며 아버지 같은 존재로 느꼈던 그에게 모르는 사이처럼 잊히는 것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아빠 얼굴도 몰랐던 우진 늘 다른 아이들과 아빠의 관계를 부러워했다. 그러던 중 김 씨가 등장하며 처음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느꼈던 것이다.
이에 미영 씨는 "아이는 밥 먹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했을 뿐이다. 먼저 왜 연락을 했냐고 물으니까 이 사람은 이런 짓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짓을 좋아하니까 내가 그렇게 해줘야 나를 만나주고 같이 밥도 먹고 나를 안 떠나겠구나 생각했다고 하더라. 얼마나 마음 붙일 데가 없고 외로웠으면 그랬겠냐"라며 눈물을 흘렸다.
의지할 어른이 없었던 우진은 김 씨에게 의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김 씨의 행동이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려고 한 행위였음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전문가는 "이 사건은 그루밍과 친족 성폭력을 섞어놓은 것 같은 양상이다. 그루밍 가해자들은 아무나 표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안전한 표적을 고른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폭로해도 아이 말을 믿어주지 않거나 폭로할 대상이 없는 아이를 표적으로 삼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 아이는 꽤 가해자의 입장에서 훌륭한 표적이 되는 것이다. 폭로하려 해도 아이 주변에는 폭로할 사람이 없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아이가 성적 호기심 때문에 행위가 하고 싶고 그래서 그걸 시도했다고 한다면 그 대상이 가해자는 절대 될 수 없다. 동성의 성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이 행위를 숨기고 싶다면 가장 숨기고 싶은 것은 엄마일 것. 그런데 가장 쉽게 엄마에게 들킬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가해자다. 그런 측면에서도 가해자에게 그런 행위를 했단 것을 믿기 어렵다"라며 김 씨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가해자의 범죄심리학적인 특성이나 유형은 무엇이냐라고 봤을 때 기회형이다. 어떤 특정한 대상자에게만 성적인 욕구나 흥분, 충동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누구든지 간에 범행을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자기가 통제, 조종을 마음대로 할 수만 있다면 상대방의 저항이나 반대, 거절 혹은 신고 등의 우려가 없다면 아마도 범행을 해나가는 유형이라고 봐야 한다. 윤리적 무차별형, 기회형, 아동대상 성범죄자를 이렇게 분류를 하는데 이러한 존재는 아동뿐만 아니라 연로한 분을 대상으로 해서도 범행을 하게 되어 있다"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밝혔듯 김 씨는 미영 씨의 어머니에도 몹쓸 짓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역시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미영 씨의 어머니가 사망하며 더 이상의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할머니 사망으로 공소제기 불가능하냐? 그건 아니다. 녹음 파일도 있고 수사를 조금 적극적으로 하면 증거 보강할 수 있을 거다"라며 할머니 성폭행에 대해서는 수사를 종료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우진이의 사건에 대해서도 "변실금 이런 질병은 어린 남아에게 나타날 가능성 거의 없어서 그것만으로도 상해 인정이 충분히 되는데 강간 치상 부분으로 변경하지 않은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남자여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수사에 적극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김 씨의 범행을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는 "어떻게 하면 충분한 시간 동안 피해자를 성적으로 유린할 수 있을까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성적 이상성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얼마나 일반적인 성행위에서 일탈된 행위를 하는지와 관련된 부분인데 동의되지 않거나 가학적인 어떤 고통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해서 그런 행위를 했다는 점에 있어서 이분은 많이 벗어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지적인 왜곡인데 김 씨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 때문이라고 원인을 돌리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도 김 씨는 앞으로도 여전히 유사한 범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제작진은 직접 김 씨를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작진을 만나자마자 지병 때문에 몸이 좋지 않다고 어필한 김 씨. 그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기만 바란다고 했다. 또한 할머니를 상대로 한 범행에 대해서는 "90 넘는 할머니한테 그런 마음을 가지겠냐"라며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고 몸이 좋지 않다고 사라졌다.
앞서 김 씨는 직접 작성한 반성문에서도 우진의 탓을 했다. 그러면서 우진 때문에 그런 행위를 했으나 그런 행위를 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그를 구조했던 구급대원은 그가 외상없이 물에 몸만 담그고 있었다며 또렷하게 김 씨를 기억했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김 씨. 이에 경찰은 "신문 조서 당시 사실을 시인했다. 그리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소지가 있고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서 검사와 협의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구속 수사를 했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전문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까운 사이다.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자백을 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양형이나 죄의 선고가 왔다 갔다 하는 사건인데 수사 초반 구속을 하는 게 피해자에게 2차 가해나 이런 것을 방지하는 측면에서 그리고 증거 확보 측면에서도 오히려 나은 일이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휴대폰이 파손되어 버려진 상태라 찾을 수 없다며 제출하지 않은 김 씨. 이에 전문가는 "휴대폰은 증거 가치에 있어 엄중하고 무거운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범행 횟수, 다른 피해자의 존재 가능성 등도 다 담겨있을 휴대폰이 없는 것이다"라며 "증거 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의 가장 중요한 사유 중 하나 여전히 남아있고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항문외과 전문가는 성폭행과 변실금을 연결 짓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며 강간치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수사 기관에 대해 "아이가 10대인데 10대의 경우 해당 질병의 유병률이 1.6%이다. 갑자기 변실금을 호소한다면 성폭행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 높다. 항문 성교를 한 남성의 경우 변실금 발병이 보통보다 2.8배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법률 전문가는 "적극적으로 사건을 수사해서 유사간음이 아닌 301조 강간 등 상해 치상이 적용됐어야 한다"라며 미성년자의제유사강간이 적용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문가는 "의제는 강간이 아니지만 강간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강간이 되려면 폭행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는 사건이다. 합의된 관계이지만 연령이 어리기 때문에 처벌한다 보통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의제인데 피고인 측에서 자꾸 서로 사랑했고 우진이가 꾀었다 얘기하는 게 의제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그루밍 성폭력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아동 성 착취라고 정의할 수 있다. 초반에는 공포, 불편감, 수치감, 성적인 어떤 굴욕감 이런 것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게 점점 그루밍이 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최초 단계가 중요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폭행 협박 정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위력 정도의 상황은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 나이가 어려서 내가 피해자라는 인식을 잘 못하니까 사실 관계가 좀 생략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 수사기관에서 아이가 말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 뭐가 있는지를 잘 상담을 해서 찾아내주는 과정이 있었으면 위력 여부의 정도는 밝힐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한 전문가는 동성의 성폭행을 유사 강간으로 지정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간은 3년 이상 유기징역, 유사 강간은 2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형량부터 다른 것.
이에 전문가는 "여성 성기에 남성 성기의 삽입이 더 중한 성적 침해 행위라는 전제가 깔린 것인데 남성이 남성에게 당할 수 있는 성적 침해는 더 경미하게 처벌되는 게 문제다. 차별적인 규정이다"라며 "강간 피해를 당하면 징역 3년짜리 피해, 유사 강간은 징역 2년짜리 피해인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허점을 꼬집었다.
해외에서는 강간에 대한 개념 정리와 형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법적인 부분 정리되어 오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전문가는 사건 이후 우진이 그린 그림에 대해 "성적 공상이 과다일 상태로 높다. 성과 관련되어서 죄책감, 수치감, 분노, 공격성 이런 것들이 시사된다"라고 분석했다.
방송 말미 우진은 "그 사람이 평생 감옥에서 사는 것을 원하지만 안 된다는 걸 아니까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정도의 형량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성폭력에 대해 강간과 유사 강간으로 나누어 규정한 가장 큰 이유는 임신 가능성에 있었다. 성기에 성기를 삽입하는 행위로 임신이라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더 중한 범죄로 보았던 것.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해 부위가 성기이든 다른 신체 부위이든 피해자가 여자든 남자든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상처에는 유사 상처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수사 과정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지만 부디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죄가 드러난다면 가해자가 그에 맞는 죗값을 받길 빌었다. 또한 가장 무서운 괴물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인간일 것이라며 괴물이 된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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