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 우크라이나 패배 가능성” 미국서도 우려 커져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가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동맹국의 정부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 지연이 우크라이나 국방력에 미칠 영향과 전쟁 패배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원조 없이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를 평가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내년 여름쯤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있다고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우리가 없다면 그들은 확실히 망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614억 달러(약 80조원) 규모의 군사 지원 등이 포함된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협조하지 않으면서 처리가 지연돼 왔다.
미국의 원조 기조가 흔들린다면 유럽도 원조를 미루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헝가리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벨기에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1조원) 상당의 예산 지원을 거부하면서 EU의 결속력에 분열이 생겼다.
서방 당국자들은 외부의 원조가 끊긴다면 우크라이나는 핵심적인 무기들이 부족해지면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먼저 장사정 미사일이, 이어 지대공 미사일과 포탄, 휴대용 대전차‧대공 무기 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러시아군의 폭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건 서방의 지대공 미사일 지원 덕분이었는데, 이런 무기 체계들을 더는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벌써 탄약 소모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이 5~7발의 포탄을 쏠 때 우크라이나군은 한 발밖에 발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서방의 지원이 없다면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올 여름 동료를 잃은 한 우크라이나 군의관은 CNN에 “원조가 없으면 우리는 끝났다”고 말했다. 매체는 “미국이나 EU의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향후 2년 안에 대부분 러시아의 점령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마무리된다면 유럽과 미국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는 게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카자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지금은 전쟁 피로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굴복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하게 되고, 이는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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