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자부심, '드라큘라'[TF인터뷰]

박지윤 2023. 12.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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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부터 10주년 공연까지 함께하는 중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은 몇 안 되는 작품"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드라큘라' 10주년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디컴퍼니㈜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제는 '드라큘라'라고 쓰고 김준수라고 읽는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섯 번의 시즌을 함께 하면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만큼, 뮤지컬 배우 김준수와 '드라큘라'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뮤지컬 '드라큘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김준수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의 상징인 강렬한 빨간 머리를 하고 나타난 그는 뮤지컬 배우이자 소속사의 대표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모차르트!' '데스노트' '엘리자벳' 등 여러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난 김준수이지만, 그에게 '드라큘라'는 유독 특별할 수밖에 없다. 2014년 국내 초연부터 10주년을 기념하는 다섯 번째 시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드라큘라 역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연한 게 엊그제 같은데 10주년이라니 신기하죠. 1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공연은 관객들에게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또 다른 증명과 같아요. 이렇게 뜻깊은 작품에 제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김준수는 '드라큘라'의 드라큘라 역에 이름을 올리며 초연부터 다섯 번째 시즌까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오디컴퍼니㈜
초연과 재연은 모두 부담되지만 그 결은 분명히 다르다. 초연은 배우조차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기에 부담된다면 재연은 이미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면서 매번 그 이상의 공연을 선보여야 한다. 그리고 재연 앞에 '다섯 번째'가 붙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이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김준수가 다시 '드라큘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큘라'는 '이게 뮤지컬이지'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뮤지컬은 판타지가 가미될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제가 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별로 없어요. 화를 내다가 아이처럼 울고 처연한 모습도 보여줘요. 애절한 넘버도 있고요. 이를 한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매력적이죠. 더 마음이 가요."

재연 때 의문이 들지 않던 곳에서 의문이 들기도 한단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다섯 번째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의문보다 여유가 가득하다고. 그는 "디테일한 것에 몰두할 수 있어요. 배우로서 새로운 걸 찾아가는 재미도 있고요"라며 "이번에는 미나와 400년 전 엘리자베스를 대하는 모습을 미러링처럼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김준수에게 '드라큘라'는 자부심이자 자신감이다. 모든 시즌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초연 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고 제작진 그리고 배우들과 대본 작업도 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갔다. 또한 주인공의 평균 나이대가 4~50대인 반면 김준수만 유일하게 20대에 시작했고 빨간색 머리로 독보적인 '드라큘라'를 탄생시켰다.

"10년이 지났지만 저는 여전히 평균 미만이에요. 제 나름대로 여러 모습을 입히면서 연기했지만 본연의 드라큘라 나이대로 가고 있어서 또 기대돼요. 10년 뒤에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은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예요."

김준수는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은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라고 '드라큘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디컴퍼니㈜
하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빨간색 머리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색을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마다 염색하고 집안의 물건이 빨간색으로 물드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염색하지 않으려고 했었다는 김준수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초심을 잃었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빨간 머리는 제 아이디어로 시작한 거라 원작을 헤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작사가 염색하라고 하더라고요. 유종의 미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빨간 머리를 하게 됐죠. '드라큘라'를 한다는 기약은 있지만 빨간 머리는 마지막일 것 같아요. 빨간색은 못 할 것 같아요. 물이 너무 빠져요."

2003년 동방신기로 데뷔한 김준수는 2009년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회사와 그룹을 떠났다. 이후 김재중 박유천과 JYJ를 결성했지만 약 10년 동안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김준수는 2010년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에 입문했다. 당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그는 오로지 실력으로 모두의 마음을 돌렸고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서 '아이돌 출신'을 뗀 최정상의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김준수는 "이제는 가수라고 하는 게 부끄러워요. 뮤지컬 배우가 편하죠"라고 전했다. /오디컴퍼니㈜
"물론 힘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주연 배우로 시작했잖아요. 감사한 부분이라는 걸 잘 알았고 이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멘탈을 잡았어요. 단 한 번의 삑사리도 허용하지 못했어요. 선입견이 있는 상태에서 실수하면 '그럼 그렇지'라고 느낄 테니까요. '언젠가 알아줄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고 뮤지컬 배우로서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 순간이 올거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죠."

또한 김준수는 이날 차곡차곡 쌓아온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서 "이제는 가수라고 하는 게 부끄러워요. 뮤지컬 배우가 편해요. 동방신기를 6년 했고 뮤지컬 배우로 14년을 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뮤지컬 배우로 인생 2막을 연 김준수에게 또 다른 직업이 생겼다. 바로 소속사 대표다. 2021년 팜트리아일랜드를 설립한 그는 김소현 정선아 손준호 등 뮤지컬 배우들을 영입했고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갈라 콘서트를 개최하고 캐럴을 발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걸 도전하기보다 이제는 꾸준히 하고 싶어요. 그런데 내년에는 배우들이 다 바빠서 (갈라 콘서트를) 못할 것 같아요. 회사 대표는 잘해야 본전이더라고요. 절대 칭찬받을 수 없는 자리에요. 저도 아티스트로서 부족한 걸 쫓거든요. 그런 제가 대표가 됐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1인 기획사가 될지 배우들이 더 많아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회사에 있을 때만큼은 기분 좋았으면 좋겠어요."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으로 2024년 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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