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자부심, '드라큘라'[TF인터뷰]
초연부터 10주년 공연까지 함께하는 중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은 몇 안 되는 작품"
뮤지컬 '드라큘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김준수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의 상징인 강렬한 빨간 머리를 하고 나타난 그는 뮤지컬 배우이자 소속사의 대표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모차르트!' '데스노트' '엘리자벳' 등 여러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난 김준수이지만, 그에게 '드라큘라'는 유독 특별할 수밖에 없다. 2014년 국내 초연부터 10주년을 기념하는 다섯 번째 시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드라큘라 역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연한 게 엊그제 같은데 10주년이라니 신기하죠. 1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공연은 관객들에게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또 다른 증명과 같아요. 이렇게 뜻깊은 작품에 제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드라큘라'는 '이게 뮤지컬이지'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뮤지컬은 판타지가 가미될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제가 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별로 없어요. 화를 내다가 아이처럼 울고 처연한 모습도 보여줘요. 애절한 넘버도 있고요. 이를 한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매력적이죠. 더 마음이 가요."
재연 때 의문이 들지 않던 곳에서 의문이 들기도 한단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다섯 번째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의문보다 여유가 가득하다고. 그는 "디테일한 것에 몰두할 수 있어요. 배우로서 새로운 걸 찾아가는 재미도 있고요"라며 "이번에는 미나와 400년 전 엘리자베스를 대하는 모습을 미러링처럼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김준수에게 '드라큘라'는 자부심이자 자신감이다. 모든 시즌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초연 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고 제작진 그리고 배우들과 대본 작업도 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갔다. 또한 주인공의 평균 나이대가 4~50대인 반면 김준수만 유일하게 20대에 시작했고 빨간색 머리로 독보적인 '드라큘라'를 탄생시켰다.
"10년이 지났지만 저는 여전히 평균 미만이에요. 제 나름대로 여러 모습을 입히면서 연기했지만 본연의 드라큘라 나이대로 가고 있어서 또 기대돼요. 10년 뒤에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은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예요."
"'초심을 잃었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빨간 머리는 제 아이디어로 시작한 거라 원작을 헤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작사가 염색하라고 하더라고요. 유종의 미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빨간 머리를 하게 됐죠. '드라큘라'를 한다는 기약은 있지만 빨간 머리는 마지막일 것 같아요. 빨간색은 못 할 것 같아요. 물이 너무 빠져요."
2003년 동방신기로 데뷔한 김준수는 2009년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회사와 그룹을 떠났다. 이후 김재중 박유천과 JYJ를 결성했지만 약 10년 동안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김준수는 2010년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에 입문했다. 당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그는 오로지 실력으로 모두의 마음을 돌렸고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서 '아이돌 출신'을 뗀 최정상의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김준수는 이날 차곡차곡 쌓아온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서 "이제는 가수라고 하는 게 부끄러워요. 뮤지컬 배우가 편해요. 동방신기를 6년 했고 뮤지컬 배우로 14년을 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뮤지컬 배우로 인생 2막을 연 김준수에게 또 다른 직업이 생겼다. 바로 소속사 대표다. 2021년 팜트리아일랜드를 설립한 그는 김소현 정선아 손준호 등 뮤지컬 배우들을 영입했고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갈라 콘서트를 개최하고 캐럴을 발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걸 도전하기보다 이제는 꾸준히 하고 싶어요. 그런데 내년에는 배우들이 다 바빠서 (갈라 콘서트를) 못할 것 같아요. 회사 대표는 잘해야 본전이더라고요. 절대 칭찬받을 수 없는 자리에요. 저도 아티스트로서 부족한 걸 쫓거든요. 그런 제가 대표가 됐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1인 기획사가 될지 배우들이 더 많아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회사에 있을 때만큼은 기분 좋았으면 좋겠어요."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으로 2024년 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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