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이라도 더”…떼까마귀 집단폐사 막은 구조사들
[KBS 제주] [앵커]
겨울철 제주를 찾아온 떼까마귀 철새 무리가 어제 갑자기 땅에 추락해 이상 증상을 보였는데요.
야생동물구조센터가 발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집단 폐사할 뻔한 떼까마귀를 백 마리 넘게 살려내 방사했습니다.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밭에 널브러져 있는 수십 마리의 까마귀들 사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고, 일부는 힘겨운 날갯지만 반복합니다.
과수원과 도로에 떼까마귀가 집단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어제(15일) 낮 12시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이 구조한 떼까마귀를 치료실로 옮깁니다.
한 마리 한 마리 꺼내 해독제를 투여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장진호/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 : "임상 증상을 봤을 때 전형적인 농약 중독의 현상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움직이지 못하고 과도한 침 흘림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고요.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해독제를 빨리 시간 안에 놔야지만."]
해독제가 부족해 인근 병원에서 빌려오기까지 했습니다.
[윤영민/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장 : "이렇게 많이 쓸 줄 몰라서 지금 아까 150마리 전후가 될 것 같은데 또 데리러 가서 다른 병원에서 (해독제를) 빌려와서 급하게."]
주사를 맞고 따뜻한 곳으로 옮기자 조금씩 의식을 찾기 시작한 떼까마귀들 하루가 지나자 자연에 돌려보낼 수 있을 만큼 회복됐습니다.
구조된 까마귀 140여 마리 가운데 100여 마리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의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습니다.
건강을 되찾은 떼까마귀는 오늘 오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김원진/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 "이렇게 많은 양의 야생동물이 한 번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에요.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잘 적응하면 (좋겠습니다.)"]
떼까마귀는 텃새인 까마귀와 달리 몽골 북부와 시베리아 등지에 살다 매년 10월쯤 우리나라를 찾은 뒤 이듬해 봄 북쪽으로 이동하는 겨울 철새입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일부 개체에 위치추적 장치를 달아 생태 조사에 활용하는 한편, 죽은 개체를 부검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
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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