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모 키우는 마음으로 버텼다”…문화 상징 ‘학전’ 역사 속으로
[앵커]
대학로 소극장은 많은 분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남아있죠?
특히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 온 소극장 '학전'은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같은 굵직한 스타들을 배출하며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곳인데요.
이 '학전'이 내년 봄 문을 닫게 됐습니다.
주말앤문화, 오늘(16일)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소극장 '학전'의 사연을 이정은 기자가 담아봤습니다.
[리포트]
["씨앗과 완성품 사이에는 모를 키우는 못자리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중시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이슬, 상록수를 부른 가수 김민기 씨가 암 투병 중 보내온 편지입니다.
편지 속 '못자리'는 바로 이곳, 1991년 문을 연 소극장 '학전'입니다.
["뒤로 물러서 기차를 타네. 또 밀려났고, 기다려야만 하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학전 30년 역사와 맥을 같이합니다.
전동식 무대, 진짜 같은 지하철 플랫폼.
["열차 출발하겠습니다. 세 번째 칸 첫 번째 문 아주머니!"]
1990년대 초반 혁신적인 무대로 젊은이들을 불러 모았고, 올해까지 30년째 공연 중입니다.
그런데 이 공연, 이달 말 4,257회를 마지막으로 영구 중단됩니다.
긴 경영난에 김민기 대표의 암 투병이 겹쳐 폐관을 결정한 겁니다.
[이일진/뮤지컬 '지하철 1호선' 배우 : "(폐관이) 지금이라고는 생각 안 해 봤거든요. 이 상황을….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이게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학전은 무대, 그 이상이었습니다.
배고팠던 예술가들에게는 기회의 공간이었고.
[이일진/배우/학전 출신 : "여기서는 월급을 줬거든요. 다른 데서는 공연 끝나고 받든지, 못 받은 경우도 있고…."]
돈 안 되는 공연도 마다하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소통의 장이 돼 주었습니다.
[박학기/가수/학전 출신 : "(지하철 1호선이) 한참 잘 되고 할 때 가차 없이 또 그거를 딱 내려요. '나는 어린이극을 해야 하는 게 내 사명 중 하나다'…."]
그 시절 청춘들부터, 요즘 신세대들까지, 시대를 이어오며 관객들과 역사를 써 온 학전.
[이현숙/관객 : "마음이 괜히 뭉클뭉클하네요. (학전에서) 유명한 배우들도 좀 많이 나왔잖아요. 그런 꿈을 갖고 이렇게 자라나는 그런 세대들이 좀 이어져 갔으면 어떨까…."]
이곳 학전 출신 스타들은 내년 봄 폐관까지 무보수 릴레이 공연을 올리며, 학전의 마지막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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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279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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