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전세사기 2명 중 1명 ‘실형’ 면해…법안 처리는 ‘감감’

박영민 2023. 12. 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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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 사기 경제적 살인으로 비유되는 악성 범죄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걸로 그렇게 나타났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관련 판결문 3년치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정부가 집계하는 '전세 사기 4대 유형' 중 전세자금대출 사기를 제외하고, 나머지와 관련된 판결문을 분석했습니다.

피고인은 모두 214명입니다.

피해 본 세입자는 545명, 피고인 1명당 2.5명으로 세입자 1명당 평균 피해 보증금은 1억 1,000만 원이 넘습니다.

2020년 9천만 원 정도였던 피해 금액이 그사이 전세가가 오르면서 올해는 1억 6천여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사기 수법으론 여러 세입자가 사는 다가구주택의 선순위 임차보증금, 즉 같은 건물에 먼저 입주한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속인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건물에 문제가 생길 경우 피해자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받는 다른 세입자가 있는데도 피해자의 보증금에는 문제가 없을 것처럼 속인 겁니다.

또 선순위근저당, 앞서 건물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전세보증금으로 없애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기존 세입자의 주소지를 잠시 옮기게 하고, 그사이 대출을 받아 우선변제권을 잃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피고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실형을 면했습니다.

징역형 선고 후 집행유예로 풀려난 비율이 35%, 벌금형은 8.4%였습니다.

집행유예 사유로는 44%가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였습니다.

나머지는 피해자가 경매 등으로 보증금을 일부 회복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철빈/전국전세사기대책위원회 위원장 : "피해자들 대부분은 납득하지 못할 결과일 것 같고요. 강력하게 처벌하고 그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환수를 해야 된다."]

현행법상 사기죄는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들 가운데 최고 형량을 선고받은 사람은 드뭅니다.

이른바 '빌라의 신' 일당의 주범과 KBS 탐사보도부가 올해 초 밝혀낸 빌라왕 배후 신 모 씨도 항소심까지 징역 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강훈/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 : "한꺼번에 금액을 합산해서 계산하는 방식으로 형사처벌이 되는 게 아니고, 그 개별 범죄는 단일 건 하나하나씩에 대해서 형이 정해지는 거거든요."]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개별 피해액이 아닌 전체 피해액을 합산해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처벌 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성희/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지난 5월 :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만, 범행의 발각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는…."]

경찰과 검찰은 법 개정 전이라도 우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최대 형량을 이끌어 낼 방침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전세 사기 등 여러 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이재섭/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고석훈 최창준/데이터분석:이지연/자료조사:이미쁨 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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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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