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배해온 '1强 파벌' 휘청… "파문 어디까지" 위기의 기시다 [세계는 지금]
정치자금 파티서 초과 모금액 의원 ‘손’에
5년간 수억엔 비자금 조직적 조성 의혹
장관·당간부 등 정계 실세 다수 연루 거론
2000년대 4명 총리 배출한 ‘1强’ 아베파
“파벌의 붕괴”… 내부서도 엄청난 위기감
‘아베파 중용’ 기시다, 국정운영 변화 예고
내각서 아베파 각료들 배제 움직임 뚜렷
日 언론 “내부 반발 땐 구심력 약해질 수도”
日 과거 정치자금 사건들
록히드서 5억엔 뇌물 다나카 前 총리 체포
내각 총사퇴 이어진 ‘리쿠르트 사건’도 충격
파문은 자민당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행사(파티)에서 모은 돈을 수지(收支)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있다는 고발에서 시작됐다. 일본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파티에서 20만엔(약 180만원)이 넘는 ‘파티권’을 산 개인, 단체는 이름과 금액 등을 수지보고서에 밝히도록 하고 있다. 소속 의원이 할당된 파티권을 판매해 진행하는 정치자금 파티는 지난해 각 파벌 연간 수입의 50∼80%를 차지할 정도로 파벌 운영에서 중요하다.
기시다파도 파티 수입 일부를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미기재액이 2018∼2020년 3년간 2000만엔(1억8000만원)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파는 파티권 구입자가 파벌에 송금하는 정치자금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소속의원 중 누가 판매한 파티권인지 분명하지 않을 경우 미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초과분을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과정에서는 자금 흐름을 계파와 의원 측 수지보고서에는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의 붕괴다.”
아사히가 전한 아베파 한 중진의 고백이다.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에 대한 아베파 내부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2000년대 일본 정치는 ‘아베파 1강(强)의 시대’로 불린다.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4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이들의 재임기간만 16년에 이른다. 스가 요시히데 정권, 기시다 정권에서도 최대파벌의 위력은 꺾이지 않았고,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7월 사망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기시다 총리 국정운영 변화 예상
기시다 총리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민당 내 4위 파벌 기시다파의 수장으로 권력 기반이 강하다고 할 수 없는 기시다 총리가 그간 아베파의 협조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본은 과거에도 수차례 대형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지며 큰 홍역을 치렀다. ‘총리의 범죄’로 불리는 1970년대 ‘록히드 사건’은 지금도 사상 최대의 스캔들로 꼽힌다. 시작은 1976년 2월 미국의 상원 공청회였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록히드가 신형 여객기를 판매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 관계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는 증언이 나왔고 이 중에 일본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근의 것으로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당사자인 ‘벚꽃을 보는 모임’ 관련 사건이 종종 회자된다. 아베 전 총리 측은 2013~2019년 매년 본행사 전날 지역구에서 수백 명을 고급 호텔로 초청해 만찬을 했는데, 참석자로부터 적은 회비만 받고 차액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 등이 2019년부터 제기됐다. 아베 전 총리는 만찬 비용은 참가자가 지불했고, “사무소나 후원회의 지출은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 따라 회계 처리를 담당한 전 비서만 약식기소됐지만 아베 전 총리는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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