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가 언급하지 않은 그 이름과 부정적 이미지, SF는 한국의 '국민 구단'이 될 수 있을까[스조산책 MLB]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전설적 포수 버스터 포지는 최근 팀이 오타니 쇼헤이 영입에 실패한 이유를 놓고 디 애슬레틱에 "범죄와 마약(crime and drugs)이 있는 도시가 되기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체에 대해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가 LA 다저스 못지 않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오타니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가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지 매체 NBC 베이에이리어는 '전 자이언츠 레전드이자 현 공동 구단주인 포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부정적)이미지가 오타니의 결정에 조금은 작용했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야구와 상관없는 환경적 요인과 사회적 문제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비호감' 이미지로 굳어졌다는 얘기다.
자이언츠 구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또 있다.
6년 1억1300만달러(약 1470억원)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너무 유명한 선수들이 많지만, 윌리 메이스를 잘 알고 있다. 최근에 기억나는 선수는 버스터 포지다. 어릴 때 유격수로 뛰어서 브랜든 크로포드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1883년 뉴욕에서 창단한 샌프란시스코는 140년 역사를 지닌 명문이다. 자이언츠라는 팀명답게 숱한 거물급 슈퍼스타들을 배출했다. 뉴욕 자이언츠 시절의 크리스티 매튜슨, 칼 허벨, 멜 오트,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온 뒤로는 윌리 메이스, 후안 마리샬, 윌리 맥코비가 메이저리그를 수놓았다.
뭐니뭐니 해도 샌프란시스코 역사에서 최고의 선수는 배리 본즈다. 본즈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인 762홈런을 때렸고, 통산 7번의 MVP를 차지하는 등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본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금기어'나 다름없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8번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명문 샌프란시스코 구단 이미지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모를 리 없는 본즈를 이정후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본즈는 2000년대 초반 스테로이드 스캔들의 중심 인물로 결국 나락으로 추락했다.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는 끝내 본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의 활약상, 1996년 40홈런-40도루까지 부정당했다.
본즈가 약물의 도움을 받은 건 2000년부터로 알려져 있다. 발코(BALCO) 스캔들이 폭로된 2003년 이후 본즈는 연방 검찰이 스테로이드 공급처인 발코를 수사할 때 위증과 업무방해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2011년 연방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후 2015년 판결이 번복되기는 했으나, 본즈는 2007년 대법원에서 금지 약물인지 모르고 복용했다고 실토해 결국 스테로이드의 도움으로 홈런 기록을 세웠음을 인정했다.
본즈는 2001년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인 73홈런을 때렸고, 30대 후반이던 2002, 2003, 2004년에도 각각 46개, 45개, 45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MVP를 독차지했다. 역사에 남을 전설적 기록이 약물의 도움을 받은 것이니 본즈가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도 부정적 이미지를 피할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야구단 샌프란시스코가 비호감이라면 이 때문일 것이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와 134년 간 라이벌 관계를 이어온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선망하는 대표적인 구단이다. 1884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창단한 다저스는 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등 샌프란시스코 못지 않은 역사를 자랑한다. 숱한 스타 플레이어가 다저스를 거쳐갔다.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배출했고, 다양한 국가 출신의 유망주들을 받아들여 메이저리그의 세계화에 앞장 섰다.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큰 시장을 거느리고 있고, 남부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날씨는 다저스의 친근한 이미지에 한 몫 한다. 오타니가 다저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꼽힌다. 여기에 선수들 누구에게도 매력적인 이런 환경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다저스는 국내 팬들에게 한 때 '국민 구단'이었다.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1997~2001년 주축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시절의 다저스는 '우리 팀'이었다. 한국 선수가 박찬호 혼자였던 그 시절 경기가 새벽에 생중계되는 다저스는 한국의 '국민 구단'이 될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이 활약한 2013~2019년에도 그랬다. 한국 야구가 낳은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이 뛰는 팀이었다.
지금은 평균 3~4명의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누빈다. 굳이 '국민 구단'이라는 표현을 쓰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는 한국의 우리 팀, 국민 구단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KBO 역대 최고의 슈퍼스타를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정후도 샌프란시스코라는 '거함'에 올라타 입지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국내 팬들에게 이정후의 활약과 샌프란시스코가 뿜어내는 '이미지'는 공동 운명체라 할 만하다.
공수의 선봉에 서달라는 주문을 받은 이정후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인 다저스, 샌디에이고의 오타니, 김하성과도 숱한 맞대결도 벌인다. 많은 국내 팬들이 이정후의 활약을 지켜볼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이미지도 크게 바뀔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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