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상했던 고깃집 사장…알고보니 수배 중인 '전청조 부친'
이번엔 저희 뉴스룸이 새롭게 마련한 탐사 코너, 꿀벌처럼 부지런히 취재하는 '뉴스B' 시간입니다. 지난 10월,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와 결혼하기로 했다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 씨. 그런데 전 씨의 아버지 전창수 씨도 사기 혐의로 수배중이란 사실이 드러났죠. 전 씨의 행적은 2018년 6월 천안에서 사라진 뒤로 확인된 적이 없는데 JTBC 탐사팀 취재 결과 전 씨는 올해 6월까지 여수에서 이름만 바꿔 버젓이 고깃집 사장님 행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승렬 PD가 전합니다.
[기자]
아름다운 바닷가로 유명한 전남 여수시.
[박OO라는 사람이 전라남도 여수에 OOO 숙성 삼겹살을 운영했어요. 자기가 천안인가 어딘가 거기서 건물도 몇 개고 2백몇억을 갖고 내려왔고. {전청조랑 똑같네요 진짜.} 그러니까 나는 너무 소름이 끼치는 거예요.]
박 모씨라는 인물이 전청조와 똑같은 수법으로 로맨스 스캠 사기 행각을 벌이고 올 6월 잠적했다는 겁니다.
수백억 대 자산가라면서도 신용불량자라며 가게 운영비를 포함한 모든 돈을 피해 여성 이름으로 사용했습니다.
[박OO 여수 로맨스 스캠 피해자 : (가게 운영도) 저희 집 담보를 받아서 했고 차도 두 대를 빌려가지고 지금 그것도 제가 빚을 갚고 있고 내가 멍청해서 그렇게 된 거니까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아직도 눈물이 나요. 억울하고…]
코로나로 장사가 어려워지자, 박 씨는 주변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박OO 가게 임대업자 : 원래는 (가게) 월세 200만원 하고 사용료 100만원이잖아요. 걔(박OO)한테는 9월부터 아예 난 돈을 받은 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인 척 연락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박OO 가게 임대업자 : {입금 부탁드립니다. 입금 부탁드립니다. 연락주세요 하니까.} 병원에 입원 중이십니다. {며칠째 의식이 없으십니다. 여기 상황 심각합니다. 혈압으로 쓰러지셨습니다.} 항상 아프다. 툭 하면 뭐 아프다.]
결국 가게를 내놓게 됐는데, 계약금을 챙긴 뒤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박OO 가게 임대업자 : 그 여자 사장이 '언니 (박OO) 날랐어' 이러면서 '도망갔어' 이러면서 이거 차에 이거 주민등록증 이거 하나 놔두고 갔다고.]
취재진은 신분증에 적힌 주소로 박 씨를 찾아가봤습니다.
[박OO/전창수가 사칭한 실제 인물 : 예. 이거 제 신분증이에요. {맞으시죠?} 이게 새로 재발급받은 거거든요. 제가 면허증을 준 것도 법인을 해산한대. 그래서 좋다 빨리했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신분증하고 인감도장을 달라 그러더라고요. 다음 다음날 (신분증 들고) 도망간 거죠.]
스스로 박씨라 한 인물의 정체는 전창수, 충남 천안에서 30억 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이고 2018년부터 수배 중인 인물입니다.
사기꾼 전청조 씨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전창수 천안 로맨스 스캠 피해자 : (신분증 주인은) 전창수 후배 박OO라는 사람이야. 6천만원을 사기당했어 전창수한테. 그러고 (전창수가) 이 사람 주민등록증 가지고 도망갔어.]
신분증 주인인 박 씨는 전 씨와 부동산 사업을 같이 하던 동업자이자, 사기 피해자였습니다.
[박OO 가게 임대업자 : 우리한테 박OO이라고 말을 했었으니까. {완전 이 모습이었다고 말을 하시더라고요.} 완전 이 모습이에요. {이게 (5년 전) 수배 전단에 있는 모습이거든요. 근데 이 차림새로 다녔다는 건가요?} 맞아요. 난 저 옷을 너무 많이 봤어요.]
[전창수 거래업체 관계자 : 전청조의 아버지라고요? 아니 어떻게 이름이 가짜야. 진짜 사람을 더는 못 믿겠더라고요.]
취재진의 제보로 전창수의 최근 행적을 파악한 경찰은 전 씨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앵커]
피해자들이 전하는 전창수 씨의 사기 수법은 전청조 씨와 놀라울만큼 닮아있었습니다. 또 전창수 씨의 측근들은 전 씨가 천안에서 번 돈 중 많은 금액을 딸인 전청조에게 건넸다고 얘기했습니다. 전청조 씨가 재력가 행세를 할 수 있던 배경에 사기꾼 아버지가 있었다는 겁니다.
오승렬PD가 이어서 전합니다.
[기자]
[전창수 천안 로맨스 스캠 피해자 : 우리 가게에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 사갖고 와가지고 이게 최근(2018년)의 얼굴이야. 청조가 이렇게 유명해질 줄 모르고. 그거 안 그랬으면 내가 그대로 다 옮겨놨는데. {그러니까요.} 그걸 계속 나는 보고 싶은 마음에 이제 매일매일 열어봤거든.]
피해자들은 전창수 씨의 사기 수법이 딸인 전청조 씨와 닮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접근할 때도 재력을 과시하고 비싼 선물로 환심을 샀습니다.
[전창수 천안 로맨스 스캠 피해자 : 가게 오면은 느닷없이 팔찌를 하나 갖고 와요. 지나가다 예뻐서 너 주려고 샀다 그러고. 모피 옷도 사주고. 그러니까 청조가 막 (남현희에게) 그렇게 선물했듯이. 차 선물하고 뭐 했듯이.]
피해 여성에게 신뢰를 쌓은 전창수는 점차 주변인들도 공략해나갔습니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갔습니다.
[전창수 천안 로맨스 스캠 피해자 : 진짜 너무해. 그 (피해자) 할아버지가 또 있어요. 그 배밭 할아버지가 그 할아버지 얼마나 불쌍해. 농약 들고 다녔다잖아. 먹고 죽는다고… {이제 어떻게 보면 시발점이, 누나가 없었으면 이런 사기를 안 당했어.} 그러니까 (딸 전청조도) 남현희를 이용해서 이렇게 했잖아. 맞아 맞아. 가정이 없이 혼자 돌아다니면 안 믿잖아 누가.]
전 씨는 부동산 사업을 하겠다며 수십억대의 투자금을 받은 뒤 그대로 도주했습니다.
전 씨의 지인들은 전 씨가 챙긴 범죄수익금이 딸에게 흘러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십수년 간 떨어져 살던 딸에게 연락이 오자 전 씨가 거액의 돈을 건넸고, 이 돈이 전청조 씨 범죄의 종잣돈이 됐다는 겁니다.
[전창수 천안 로맨스 스캠 피해자 : 내가 전창수 톡을 한 번 보게 됐어. 그 도망가기 한 달 전에 톡을 봤는데 청조가 문자가 왔더라고. 그때만 하더라도 아빠를 안 만날 땐데 아빠 저 청조예요. 아빠가 우리 아빠라면서요? 저 도와주세요. 너무 어려워요. {언제요?} 그때 5월달에 18년도 5월, 가기 전에.]
[전창수 지인 : 도망가기 전에 제주도를 갔다 온 적이 있어요. 딸한테 청조한테 간 거지. {2018년 6월에?} 그때쯤에 어디냐고 그랬더니 제주도 갔다고 그러더라고. 딸한테 갔다고 그러더라고. 천안 사건 돈을 얼마 해줬을 거야. 거의 한 10억 가까이 준 것. 내가 (들은) 얘기로는.]
실제 전청조는 이 때부터 본격적인 재력가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습니다.
[전청조 단골가게 점주 : 그닥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2018년 후반에 와이프분이라는 분 데리고 오셨을 때부터 갑자기 자기 승마했었다고 얘기를 하고. 자기가 무슨 OOOO쌩주를 만든 사람이래요. 그 맥주집 있잖아요 호프집. 그거를 자기가 창업해서 비싸게 넘겨서 돈을 많이 벌었대요. 그날 갑자기 블랙카드 내고.]
경찰은 해당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VJ 한재혁 이지환 허재훈]
전청조 씨와 아버지 전창수 씨의 사기행각을 담은 악인취재기 '전청조, 꾼의 시작' 풀영상은 웨이브(http://bit.ly/3Rmg4vP)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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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에서 전청조 씨가 승마를 하고 있는 것처럼 나온 사진은 전 씨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삭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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