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떠나 헛헛한 감독 마음, 21세 유격수 TMI가 달랬다... "30분 면담이 1시간 넘겼어요"

김동윤 기자 2023. 12.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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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키움 김휘집이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3차전 2회말 2사 만루에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핵심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으로 떠났다. 팀 전력의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를 떠나보낸 홍원기(50)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최근 이야기를 나눈 홍 감독의 모습은 예상 밖으로 담담했다. 이정후가 이미 1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예고해 대비를 할 수 있었던 데다 내년 전력 구상에 대한 걱정보다 제자의 성공에 기쁜 스승으로서의 마음이 더 컸기 때문. 홍 감독은 지난달 마무리캠프 후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 생각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그 계획을 미리 알려 비시즌 동안 그에 대비한 훈련을 하게 한다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 면담을 진행한 김휘집(21)은 홍 감독의 헛헛한 마음을 달랬다.

김휘집은 내년 키움 내야의 블루칩으로 꼽힌다.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그는 매년 꾸준히 타석 수를 늘려가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프로 3년 차를 맞은 올해는 110경기 타율 0.249(369타수 92안타), 8홈런 51타점 46득점, 출루율 0.338 장타율 0.374를 기록했다. 2루타를 지난해 12개에서 올해 22개로 늘리는 등 주요 타격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면서 김혜성(24)과 함께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몇 안 되는 키움 선수였다.

홍 감독에 따르면 가장 최근 가진 김휘집과 면담은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겼다. 올 시즌을 돌아보고 지난달 다녀온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의 느낀 보완점과 자신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김휘집은 평소에도 야구에 대한 태도가 진지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 선수. TMI(Too Much Information)로 느껴질 수도 있었으나, 끝까지 들은 홍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홍 감독은 "최근에 김휘집과 면담을 했는데 원래는 30분 정도만 할 예정이었는데 끝나고 보니 1시간을 넘겼다"며 "(김)휘집이가 말한 것 중 수비에서 첫발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본 대표팀 야수들이 훈련하는 걸 지켜보니 보완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미 한 축구 관련 트레이닝 센터에 등록해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김휘집의 모습에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웃었다.

키움 김휘집이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3 APBC 예선 풀리그 2차전에서 9회초 다구치 카즈토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김휘집은 지난달 끝난 APBC에서 한국 대표팀이 건진 수확 중 하나였다. 호주와 대회 첫 경기까지만 해도 쟁쟁한 내야수들 탓에 기회를 받지 못했으나, 일본과 두 번째 경기 9회초 2사에 대타로 들어서 한국의 영봉패를 막는(1-2 패) 좌월 솔로포를 때려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김휘집의 홈런은 APBC에서 한국 대표팀이 때려낸 유일한 것이었고, 상대 투수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최근 2년 84⅓이닝 동안 홈런을 두 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정상급 마무리 다구치 가즈토(28·야쿠르트 스왈로즈)여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명 당시 수비보단 펀치력을 인정받아 공격형 유격수로 기대받던 예상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휘집은 홈런 하나에 들뜨기보단 일본 대표팀의 경기 전 훈련부터 경기 내용을 살피며 자신의 보완할 점을 찾았다. 홍 감독에게 말한 수비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방향을 잡았다. APBC를 마치고 귀국 당시 만난 김휘집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오버 스윙을 하지 않는 것이 1번 과제라 느꼈다. 일본 타자들을 보니 기본적으로 콘택트 능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쓸데없는 동작 없이 한 번의 스윙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랑 만났을 때 직구를 손목으로 잡아당겨 때리는 거 보고 난 한참 멀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그런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평소 타격 어프로치와 관련해 야마다 테츠토(31·야쿠르트)나 스즈키 세이야(29·시카고 컵스)를 참고하는데 이번에 일본 대표팀 훈련하는 걸 보니 마키 슈고(25·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선수가 눈에 띄었다. 방망이 헤드 부분을 잘 이용하는 것도 그렇고 티배팅도 봤는데 많은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

키움 김휘집.

방향성과 목표도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이었다. 김휘집은 "올해 우중간 외야 쪽으로 장타를 뽑은 것이 3개 정도? 한 손에 꼽았다. 홈런도 프로에 와서 전부 좌월,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것이었지, 중앙 담장으로 넘기는 것이 없었다. 만약 우중간이나 우측 파울 선상으로 밀어 쳐 타구를 보낼 수 있으면 타율도 2푼은 더 올라가고 장타율도 무조건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 하이 패스트볼을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 수 있는 스윙 메커니즘을 갖추면 성적은 더 좋아질 거 같아 비시즌 동안 준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키움 내야는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정후에 이어 2루수 김혜성(24)이 2024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했고, 지난달 2차 드래프트에서는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35)이 이적해 왔다. 3루에는 송성문(27), 이원석(37)이 있어 김휘집은 일단 유격수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면담을 통해 내야수들에게 포지션과 관련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 국가대표 경험을 쌓은 김휘집의 성장세에 따라 내년 시즌 키움 내야 지형도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김휘집은 "올해 우리 팀이 꼴찌를 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나만 잘하면 된다. 내 스스로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들보다 엄청난 노력을 해야 된다. 도태되는 건 한순간이라 날 위해서도 스텝업할 때라 느꼈는데 이번 APBC 대회가 좋은 계기가 됐다. 노력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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